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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승 홍섬이 대궐 뜰에서 형벌을 받고 남쪽으로 귀양 갔다. 귀양 길이 금강에 이르자 과거 보러 서울로 가던 선비들이 길에서 보고 있었다. 금호 임형수가 와서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내가 들으니 경성에 홍섬이란 분이 있어 당대에 좋은 선비라 하더니 무슨 죄가 있어 이 지경이 되었는가. 어찌 지금이 군자가 과거 볼 때인가” 하고는 경성으로 가지 않고 말을 돌려 돌아갔다. 홍섬이 누웠다가 그 말을 듣고 “정신이 상쾌하다”고 하였다. (한글·민병수, 한국인의 지혜)▨… 이 시대 호남의 열혈한(?)들은 전라도 천년의 얼굴로 임형수를 꼽
애오개
한국성결신문
2023.11.0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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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혁은 개혁(改革)이다. 우리 교단 교육국에서는 해마다 목회자의 설교와 성도들의 성경 읽기를 돕기 위해 교회력에 따른 예배계획 캘린더와 성서 일과표를 제공한다. 10월 마지막 주일을 ‘종교개혁’ 주일로 표기하는데 이는 과거 개혁의 역사를 기념하거나 정신을 이어받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개혁하라는 뜻이다. 개혁은 기념도 기억도 아닌, 개혁일 뿐이기 때문이다. ▨… 그러므로 개혁은 시효(時效)가 없다. 개혁했던 교회, 개혁을 자랑스러워하는 교회, 개혁을 기억하는 교회는 이미 과거의 교회 구교(舊敎)일 뿐이다. 지금 개혁하는 교회라야
애오개
한국성결신문
2023.10.2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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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에 접어들자 세계는 예측할 수 없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들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워낙 체급이 다른 나라 간의 전쟁이어서 단기적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측이 대부분이었다. 그 예측은 무너졌다. 그런가 하면 정보전의 첨단을 달린다는 이스라엘이 눈 멀뚱하게 뜨고 장난감 같은 하마스의 로켓 ‘까삼’의 공격을 3,000 내지 5,000 발이나 맞는 사태가 빚어졌다. 언제나 그렇듯 전쟁은 세계사의 진전을 낙관하는 사람들의 예측을 비웃고 유발 하라리의 표현을 흉내낸다면 새로운 전쟁이 터질 때마다 우리는 에덴의 낙원으
애오개
한국성결신문
2023.10.1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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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경이란 말 무서워요. 상 괜히 받은 것 같애.” 한국 최초의 오스카상 수상자 배우 윤여정이 부산 국제 영화제의 대담 프로그램인 ‘액터 하우스’ 초청 배우로 나선 자리에서(2023.10.6) 저는 결점이 많은 사람인데, 상 받고 나서는 말 한마디라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니, 오스카가 오히려 족쇄가 되었다며 한 말이다.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버티며 열심히 살아 온 그녀가 마땅히 받아야 할 존경(尊敬)이란 말이 두렵다는데….▨… 교단의 목사로서 가장 듣기에 부담스러운 말 가운데 하나가 “존경하는…”이란 표현이
애오개
한국성결신문
2023.10.1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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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나드 메이도프가 650억 달러에 이르는 사상 최대의 금융 사기로 150년 형을 선고받았을 때 그의 아내는 일종의 중혼을 인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저도 포함해서)가 이제까지 살면서 존경하고 믿어왔던 사람은 제 남편입니다. … 하지만 사기에 대한 고백으로 우리 모두를 충격에 빠뜨리고 이 끔찍한 상황을 야기한 다른 남자가 있습니다. … 이 무시무시한 사기를 저지른 사람은 일생 동안 제가 알고 지낸 사람이 아닙니다.”(참조 : 다니엘 액스트, 자기절제사회) 상상할 수조차 없는 150년 형 때문이었을까, 메이도프의 아내 루시
애오개
한국성결신문
2023.09.2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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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를 미워하거나 원한을 품는 것은 자기가 독약을 먹고 상대가 죽기를 기다리는 마음이다. 미국의 한 작가가 했다는 이 말은 도덕과 윤리 심리적 적용을 넘어 실제로 사람의 몸을 지배하는 생리적 원리이다. 불평하고 욕하고 비판하며 미워할 때에, 즉시 자신의 편도체에는 비상이 걸리고 온몸에 분노와 공격적 반응이 일어나 미운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는커녕 내가 먼저 내면의 상처를 입는다. 그래서 병원을 찾고 상담자를 찾는 이가 교회 안에도 늘어간다고 하니 미래의 구원은 확보하였지만 지금 마음과 영혼의 구원은 멀기만 한 것일까? ▨… 정신
애오개
한국성결신문
2023.09.2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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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몸가짐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움직이지만, 몸가짐이 바르지 않으면 명령하더라도 움직이지 않는다(其身正 不令而行, 其不正 雖令不從)라는 성현의 말(공자. 논어 자로 편)은 법령의 강제성보다 법의 제정과 집행을 책임진 지도자의 수신(修身)과 도덕성이 먼저라는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갈등 공화국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치와 종교, 각 세대와 교육 현장에 신뢰와 존경을 드릴 지도자는 없는지 묻고 싶어진다. ▨… 노자는 도덕경에서 말했다. 최상의 정치란 억지로 다스림이 없는 경지에 오름으로, 백성들은 그것이 있다는 사실조차
애오개
한국성결신문
2023.09.0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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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족(갈리아인)이나 게르만족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졌던 로마인이 이들 민족보다 뛰어난 점은 무엇보다도 그들이 가지고 있던 개방적인 성향이 아닐까. 로마인의 진정한 자기정체성을 찾는다면, 그것은 바로 이 개방성이 아닐까”(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그녀는 이어서 우리에게 묻는다. “고대 로마인이 후세에 남긴 진정한 유산은 광대한 제국도 아니고 2천 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서 있는 유적도 아니며, 민족이 다르고 종
애오개
한국성결신문
2023.08.3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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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라는 책은 달 탐사 50주년이 되던 해(2019) 네이처가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 세계 천문학자 5인 가운데 한사람으로 주목한 심채경 교수의 수필집이다. 그는 “현대의 천문학자는 천문대 대신 연구실에서, 망원경 대신 미항공우주국의 관측자료를 가져와 컴퓨터 속의 데이터와 씨름을 한다.”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AI 시대의 신학자와 목회자는, 현대의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보는가? ▨… 리처드 헬버슨 목사는 말했다. 처음 교회는 살아계신 그리스도를 중심에 둔 사람들의 교제 모임이었다. 그러나 교회는 그
애오개
한국성결신문
2023.08.2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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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오개를 사랑하시는 분들의 마음의 성원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까, 여러분이 자신이 본 블로그에서 감명 깊었던 사진이나 글을 퍼나르기 해서 보내주신다. 아마도 애오개의 소재가 훨씬 더 다양해질 수는 없을까 하는 바람에서이겠지만, 개인적인 신앙 체험이나 미담이 과장된 경우가 많아서 애오개의 소재로 끌어오기가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다. 그런가 하면 뛰어난 글솜씨로 신앙인의 모순을, 굴레에 갇힌 모습을 비아냥대는 글들은 소개하기가 조심스러워지다 못해 겁이 난다. 행여라도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는 않을까 지레 두려워져서…▨… 지난 달
애오개
한국성결신문
2023.08.1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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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록도의 수용소에 새로운 병원장으로 부임한 현역 군의관 조백헌 대령은 한센병으로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 섬 주민들의 낙원을 건설하기 위해 대규모 간척사업을 벌인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주민들과 보건 과장 이상욱의 눈에는 전임자의 자기 동상 세우기와 같은 야심이 보일 뿐. 결국 원장이 희생적으로 헌신하여 세우려는 낙원은 주민들이 행복한 ‘우리들의 천국’이 아닌 자신의 야심을 채우려는 ‘당신들의 천국’일 뿐이었다(이청준, 「당신들의 천국」).▨…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인 제2차 세계대전은 히틀러의 게르만 우월주의와
애오개
한국성결신문
2023.08.0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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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은퇴장로님이 애오개의 내용이 근자에 이르러 너무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며 애오개 필자의 한계가 드러나는 것인가 아니면 교단내의 정치적 상황이 그렇게 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인가를 물어 애오개를 부끄럽게 하였다. 그러면서도 장로님은 어느 시인(강석원)의 시(들꽃) 끝 소절을 인용하여 한국성결신문 창간 33주년을 축하해 주셨다. “비바람을 견딘 너로 인해 세상은 꽃밭이 되었다”고.▨… 장로님은 사적인 공간 안에서지만, “최근의 애오개는 그 내용이 변죽조차 제대로 울리지 못하니 독자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애오개
한국성결신문
2023.07.2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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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성결신문의 약사를 보면 1989년 12월에 교단 연합기관장 회의(장로회장 이순각, 남전도 회장 정권, 권사회장 이재덕, 여전도회장 여주기)에서 한국성결신문 발간을 결의하고 연합기관장 4명과 교단의 중심을 지키고 있는 평신도 4명 (홍기득, 박희순, 김상원, 손재연)을 발기인으로 하여 1990년 3월 8일에 발기인 총회를 개최하였다. 후에 발행겸 편집인으로 총회장(황대식)을 추대하였으나 신문발간의 결의는 온전히 평신도 선각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1990년 7월 2일 자로 한국성결소식 창간호 3만부를 발
애오개
한국성결신문
2023.07.1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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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단 안팎으로 ‘발 너른 분’이라는 평을 들었을 뿐 아니라 공부도 열심히 해서 ‘박학다재’라는 평가까지 이끌어냈던 분이,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총회장으로 선출되시고 한국성결신문으로 애오개 필자를 찾으신 적이 있다. 장기인 시원한 웃음소리로 인사를 대신 한 다음 한마디를 던지셨다. “내가 신문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는데 발행인이 되었으니 한국성결신문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요?”▨… 한 시대 신학공부를 같이한 탓에 선후배 사이이면서도 비교적 허물없는 사이였던 후배를 향해 총회장은 가볍게 그러나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물
애오개
한국성결신문
2023.07.0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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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들에게 ‘주님’이라는 별명으로 존경받던 ‘진짜 의사’ 주석중 교수(62). 서울 아산병원 심장혈관 흉부외과 교수인 그는 동료 의사들에게도 ‘탁월하고 훌륭한’이란 표현으로는 부족하다며 ‘대체 불가능한 인재’라는 절대적 신뢰를 받았다. 세상을 떠나던 그날도 이틀에 걸친 밤샘 수술에 이어 새벽 응급수술을 마치고 귀가하여 잠시 휴식한 뒤에 다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다가 병원을 500m 앞둔 곳에서 우회전하는 덤프트럭에 치이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의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장례식에는
애오개
한국성결신문
2023.06.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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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 칼럼니스트 박치문은 ‘검은 돌 흰 돌’(중앙일보, 2023년 6월 7일)에서 옛 바둑 책 현현기경의 한 대목을 소개한다. “고수는 교만함이 없고 하수는 겁이 없다.” 그의 해설에 의하면 하수는 수읽기가 안되니까 앞 날의 변화를 알 리 없고 그래서 ‘겁이 없다’. 시간 때우기로 바둑두는 사람이라면 ‘겁없는 하수’라는 지칭을 받은들 무슨 대수이겠는가?▨… 고수는 교만함이 없어야 진짜 고수라고 한다. 교만한 고수라도 바둑판의 문제는 바둑판 안에서 끝나니까 신경 쓸 것 없지만 세상이라는 바둑판에선 참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
애오개
한국성결신문
2023.06.1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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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17년차 총회(총회장 임석웅 목사)는 ‘한 성도, 한 영혼 주께로!’라는 제117년차 총회의 교단 표어를 발표했다. 임총회장은, “코로나19로 빼앗겼던 지난 3년의 세월과 영혼들을 이제 다시 찾아야 한다. 회복을 넘어 부흥으로 가야 한다”며 “영혼 구원이 성결 교단과 지 교회의 존재 목적이다. 성결교회와 교단은 유람선이 되어서는 안된다.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긴박하게 돌아가는 구조선이 되어야 한다”고 성결교회를 이끄는 수장으로서의 제일성을 터뜨렸다.▨… ‘한 성도, 한 영혼 주께로!’ 라는 제117년차 총회의 교단 표어는
애오개
한국성결신문
2023.06.0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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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경하는 운영위원, 후원회원 여러분, 한국성결신문은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교단지로 33년의 역사를 가지고 교단의 목사님, 장로님들께서 헌신하여 이어온 신문입니다. 코로나의 긴 터널을 지나오면서도 운영위원과 후원회원들의 수고와 한국성결신문 사장을 비롯한 직원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한국성결신문이 있다 생각하여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한국성결신문 제33회 운영위원회 정기총회, 제26회 후원회 정기총회 개회사)▨… 한국성결신문의 정관 제1조는 “본 정관은 교단 헌법 제76조 4항 라호에 근거하여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애오개
한국성결신문
2023.05.31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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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네는 아무 것도 모르는군. …데우스와 오오히를 혼동한 일본인은 그때부터 우리의 하나님을 그들 식으로 바꾸고, 그런 다음 다른 것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어. 언어의 혼란이 없어진 뒤에도 이 굴절되고 변화된 신앙이 오랫동안 계속되었던 거야. 자네가 아까 말한 포교가 가장 화려했던 시대에 가서도, 일본인들은 그리스도교의 하나님이 아닌 그들이 굴절시키고 변화시킨 하나님만을 믿고 있었던 거지”(엔도 슈사쿠, 『침묵』·번역 공문혜)▨… 일본의 권력자가 배교자의 표본으로 살려둔 페레이라를 찾아 일본 땅에 숨어든 신부 로드리고는 체포되어
애오개
한국성결신문
2023.05.2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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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1945)의 삶과 신앙 그리고 신학에로 우리를 안내하는 신학자 채수일에 의하면, 본회퍼는 우리의 그리스도인다움은 두 가지 존재 방식으로만 성립한다고 말했다. “인간을 위해 기도하고, 정의를 실천하는 일이 그것이다.”(본회퍼 묵상집, 『누구인가, 나는』) 잘 벼린 송곳이 되어 우리의 가슴을 찌르는 이 한마디에 온몸으로 아픔을 느끼지 않는 그리스도인도 있을까. “그리스도교회와 관계된 모든 사고와 발언과 조직은 이런 기도와 정의를 실천하는 행동에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애오개
한국성결신문
2023.05.17 1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