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록도의 수용소에 새로운 병원장으로 부임한 현역 군의관 조백헌 대령은 한센병으로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 섬 주민들의 낙원을 건설하기 위해 대규모 간척사업을 벌인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주민들과 보건 과장 이상욱의 눈에는 전임자의 자기 동상 세우기와 같은 야심이 보일 뿐. 결국 원장이 희생적으로 헌신하여 세우려는 낙원은 주민들이 행복한 ‘우리들의 천국’이 아닌 자신의 야심을 채우려는 ‘당신들의 천국’일 뿐이었다(이청준, 「당신들의 천국」).

▨…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인 제2차 세계대전은 히틀러의 게르만 우월주의와 타민족에 대한 극단적 인종차별주의를 철학으로 삼은 데서 비롯된다. 히틀러의 우월주의가 순혈주의로 포장된 파시즘은 500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하는 비인간적이고 비이성적인 집단적 범죄행위였다. 정체성과 존재의 의미를 확신케 할 통치이념은 오히려 집단 광기를 불렀다. 철학이 아니라 편견이었다.

▨… 독일과 함께 세계를 정복할 꿈을 꾸던 일본은 그들이 태양신(天照大御神)의 후예라는 민족우월주의에 기초한 군국주의 체제로 대동아전쟁(大東亞戰爭)이라 자칭한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다. 그러나 식민지 확장에 시대의 후발 주자로 세계대전을 일으킨 유럽의 독일, 이탈리아와 함께 아시아를 수탈하려는 야욕이었을 뿐. 영국과 미국을 귀축(鬼畜)이라 하며 일본인과 만주, 몽골, 중국, 조선인들 만의 이상 국가를 세우자는 배타적 이념은 편애(偏愛)에 지나지 않았다.

▨… 사독의 후예임을 자칭하며 제사장그룹을 독점하고 산헤드린 의회의 다수 의석을 차지하여 기득권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던 바리새인들은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며 세상의 모든 사람을 형제요 자매라 하는 예수를 도무지 용납할 수 없었다. 결국 예수의 존재와 가르침이 자신들의 체제 유지에 불리하다고 판단하자 빌라도의 법정에 세워 사형 선고를 내렸다. 법리에 의한 절차라는 형식은 갖추었으나 거짓 증인, 대중 선동이라는 편법(編法)에 지나지 않았다.

▨… 마음으로 깨달아 보는 것(見), 자신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愛), 마땅한 도리를 지키는 것(法)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한쪽으로 치우친(偏) 편견, 편애, 편법은 개인과 공동체의 일치와 화합을 가로막고 역사적 불행을 가져올 수 있다. 예·결산과 항존·운영위원회 공천을 완료하고 사역을 시작하는 교단 117년차 총회가 편견을 넘어 포용하는 임원회, 편애하지 않고 아우르는 각 부서, 편법을 사용하지 않는 관련 위원회로 섬겨서 성결교회가 ‘우리들의 천국’을 이루기를 바라는 것이 모든 성결인의 염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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