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경이란 말 무서워요. 상 괜히 받은 것 같애.” 한국 최초의 오스카상 수상자 배우 윤여정이 부산 국제 영화제의 대담 프로그램인 ‘액터 하우스’ 초청 배우로 나선 자리에서(2023.10.6) 저는 결점이 많은 사람인데, 상 받고 나서는 말 한마디라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니, 오스카가 오히려 족쇄가 되었다며 한 말이다.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버티며 열심히 살아 온 그녀가 마땅히 받아야 할 존경(尊敬)이란 말이 두렵다는데….

▨… 교단의 목사로서 가장 듣기에 부담스러운 말 가운데 하나가 “존경하는…”이란 표현이 아닐까. 존경하는 대의원 목사님, 장로님 이런 문자를 받을 때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떠오른다. 문자 하나, 한마디의 말에도 진심을 담아 적절한 표현을 쓸 수는 없을까? 예수님과 베드로는 서로 친구라 하였는데. 

▨… 성도들과 함께 지하철 역사에 노방전도를 나갔을 때의 일. 신학교 은사이신 노 교수님이 지나가시는 것을 보았다. 전도지를 돌리다 말고 달려가서 인사를 했다. 교수님의 제자 아무개 목사입니다. 수많은 제자 가운데 나를 특별히 기억할 리 없는 그분은 그 짧은 순간 “아, 그래요. 요즘 목회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그럴수록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을 굳게 잡고 열심히 목회하시오.” 하며 내 손을 잡아 주셨다. 역시 선생님은 영원한 스승이었다.

▨… 소설가이자 인천 영화학교 교장을 지냈던 김기삼 목사(1901~1965)는 이명직 목사를 가리켜 목사, 교수, 학장, 박사 등의 호칭보다 선생으로 불렀다. 자기의 선생이며 당시 모든 목사와 신학도, 교수들의 선생이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우리의 선배들은 전쟁의 포화 속 피난 시절 천막에서, 수작업으로 등사한 빈약한 내용의 교재로 공부하면서도 스승으로부터 성경을 배우고 전도를 실천하며 목회를 배우고 교회를 개척하였다. 학위도, 유창한 외국어 실력이 없어도 삶이 교과서이며 연륜이 학위였던 선생님을 존경했기 때문이다. 

▨… 성공한 목회자는 있는데, 교권과 명예를 가진 요직을 돌아가며 겸직하며 두루 섭렵하는 이들도 있는데, 존경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성결인들이 흠모하는 지도자들은 어디에 있을까. 난마처럼 얽힌 교단의 현실을 중재하고 꾸짖어 줄 존경받는 원로가, 신학도들이 신앙으로 존경하고 삶으로 배울 선생님을 그래도 우리는 찾아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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