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은퇴장로님이 애오개의 내용이 근자에 이르러 너무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며 애오개 필자의 한계가 드러나는 것인가 아니면 교단내의 정치적 상황이 그렇게 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인가를 물어 애오개를 부끄럽게 하였다. 그러면서도 장로님은 어느 시인(강석원)의 시(들꽃) 끝 소절을 인용하여 한국성결신문 창간 33주년을 축하해 주셨다. “비바람을 견딘 너로 인해 세상은 꽃밭이 되었다”고.

▨… 장로님은 사적인 공간 안에서지만, “최근의 애오개는 그 내용이 변죽조차 제대로 울리지 못하니 독자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애절하기까지 하다”고 할퀴셨다. 많이 아프고 쓰라렸다. 그래도 신문에 대한 관심을 이렇게까지 가감없이 드러내 주시는 분이 드물기에 감사를 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프고 쓰라린 배알의 뒤틀림까지 감출 수는 없어 한마디를 쏘았다. “본디모습대로 가시지 비바람을 견딘 너가 뭡니까” 하고.

▨…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 되는커녕 홉만큼도 주지 못했는데 씹을 수도 없을 만큼의 고발이 되어 되돌아왔다. 책 한 권(한스 큉, 『왜 그리스도인인가』)과 함께. 신문제작에 참여하려면 이 정도의 이해는 있어야 한다는 뜻일까, 그래서 꼭 읽어 주기를 바란다는 강조일까, 책 어느 부분에 수험생들이 꼭 기억하기 위해 밑줄을 긋듯이 붉은 밑줄까지 그어서 택배를 보내 주셨다. 뺨을 한 대 된통 맞은 기분이었다. 아프다기 보다는 어떻게 하라는 것입니까라는 투정이 절로 나왔다.

▨… “교회는 너무나 오래 사회의 양심으로서의 비판기능을 등한히 하면서 ‘왕좌와 제단의 결합’이라는 불행스런 집권세력과의 제휴를 견지해 왔고, 너무나 오래 정치·경제·사회의 현상유지(status quo)를 두호하면서 근본적 체제 개혁에는 반대 내지 유보 태세를 지켜 왔으며 너무나 오래 민주체제에서나 독재체제에서나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 보다는 교회 자신의 제도와 특권 보존에 더 부심하면서 수백만 비그리스도인의 살육을 보고도 분명한 항변을 꺼려 왔었다.”(한스 큉, 왜 그리스도인인가』)

▨…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권력에 대한 교회의 추종과 타협을 한스 큉은 고발하고 있었다. 한스 큉의 이런 행태는 교회 권력자의 눈에 가시일 수밖에 없었으리라. 결과는? 교수직 박탈이었다. 창간 33주년에 한국성결신문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꽃밭을 약속할 수는 없지만, 성결인들에게 어느 장로님이 보여 주신 지도와 편달이 있다면 한스 큉만큼 단호하지는 못해도, 신문다움을 지키려는 노력은 지속될 것임을 약속드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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