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들에게 ‘주님’이라는 별명으로 존경받던 ‘진짜 의사’ 주석중 교수(62). 서울 아산병원 심장혈관 흉부외과 교수인 그는 동료 의사들에게도 ‘탁월하고 훌륭한’이란 표현으로는 부족하다며 ‘대체 불가능한 인재’라는 절대적 신뢰를 받았다. 세상을 떠나던 그날도 이틀에 걸친 밤샘 수술에 이어 새벽 응급수술을 마치고 귀가하여 잠시 휴식한 뒤에 다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다가 병원을 500m 앞둔 곳에서 우회전하는 덤프트럭에 치이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 교회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의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장례식에는 고인의 업적 소개와 넘치는 찬사가 이어진다. 그러나 주석중 교수에게처럼 그의 삶을 통해 수백 명의 목숨을 건졌다는 감사와 앞으로 살릴 수 있는 수천 명의 응급환자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일은 별로 본 일이 없다. 오죽하면 그의 별명이 ‘주님’이었을까? 

▨… 주석중 교수는 대형병원의 원장이나 화려한 상을 받는 자리에 오른 적은 없지만 오직 환자만을 위해 헌신하고 대동맥 수술의 전문 분야 명의로 살아왔다. 응급환자를 위해 병원에서 10분 거리에 집을 얻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도 그가 섬기는 교회 1부 예배(새벽) 찬양대에서 봉사하는 충성스러운 집사님이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의료계에는 흉부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은 전공의 지원이 전년에 이어 계속 미달한 반면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피부과 등은 지원율 상위권을 차지했다. 통계가 주는 결론은 지원자가 줄어드는 전공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이 덜 들고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분야 지망자가 갈수록 많아진다는 것이다.

▨… 서울신대 신학과와 신학대학원의 입시지원이 여러 해 전부터 미달이 된다는 보고가 계속되고, 지방교회에 부교역자 청빙 지원이 불가능에 가까워진다는 이야기가 비례한다. 신학생 시절에 아예 교회 소속이나 사역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있다니 우리 사회의 현상은 기독교의 사회적 영향의 반영이라면 지나친 말일까? 주석중 교수의 아들이 장례식을 마치고 유품을 정리하러 그의 연구실에 들어갔다가 벽에 붙어있는 기도문을 발견하였다. “제가 환자의 치료과정에서 무엇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손길에 달려 있습니다.” 목사의 길을 선택한 사람은 목회가 좋아서, 사람을 사랑하기에. 교회의 신자들은 은혜임을 알기에 고맙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사명에 오로지 헌신해야 세상 사람이 교회를 바라보며 ‘당신이 예수’, ‘교회가 하늘나라’라고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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