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성에서 예루살렘을 배우다

다윗의 탑(예루살렘역사박물관) 입구
비아돌로로사 순례를 마친 후 시장 내에 있는 작은 식당에 들러 점심을 먹으며 쉼을 가졌다. 작은 식당은 책상 4개가 놓여 있는 좁은 곳으로 피타 빵과 음료수가 전부였다. ‘시장끼가 좋은 반찬’(Hunger is the best sauce.)이라고 불편한 책상과 의자에 앉아 처음 먹은 피타빵이지만 꿀맛이었다.

식사를 마친 후 비아돌로로사 끝 지점인 무덤교회에서 5분여 거리 떨어져 있는 다윗의 탑(Tower of David)을 찾았다. 예루살렘에서 황금돔 사원(The Dome of the rock) 다음으로 예루살렘의 대표하는 건물로 평가받는 다윗의 탑은 역사만 2000년이 넘는 건물로 예루살렘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몇 안 되는 건물 중 하나다. 현재는 예루살렘의 역사를 시대별로 정리한 예루살렘 역사박물관(Museum of the History of Jerusalem)으로 탈바꿈 되어 있으며 밤 다양한 공연이 열리는 장소로 예루살렘 주민들을 위한 문화센터 역할도 하고 있다.

데일 치얼리의 유리공예작품
입구에 들어서자 세계적인 유리 공예가로 1999년 이곳에서 전시회를 가진 데일 치얼리(Dale Chihuly)의 작품이 천정에 걸려 있다. 예술작품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보니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지만 불과 유리, 공기(바람)로 이러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다윗의 탑, 성채 안에 있는 예루살렘 역사박물관은 각종 슬라이드와 모형 등을 통해 2000년의 예루살렘 변천사를 알게 하는 곳이다. 바깥쪽 성벽은 무너진 것을 수차례 보수하여 오늘의 모양을 갖추었으나 성의 안쪽은 대다수 건물이 무너진 상태로 남아있다. 이를 보수하여 성 안 쪽의 방들을 전시실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피사엘 탑 전망대에 올라 예루살렘을 내려다볼 수도 있고 예루살렘의 역사 소개를 위한 14분 분량의 영화가 있다고 하는데 보지는 못했다. 바쁜 순례여행 중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몇 몇의 전시관에 들러 예루살렘의 역사의 흔적을 조금 생각해 보았고 무너진 성벽 위에 올라 예루살렘 성 안팎을 곁눈질 하듯이 둘러보았다.

무너진 성 내부 출입문 모습
무너진 성터의 흔적을 보수하기보다 그냥 둔 이스라엘 인의 지혜가 느껴진다. 성 자체도 역사적 실체이지만 무너진 것도 역사의 흔적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성채 내부의 무너진 건물들과 성벽, 전시물이 어우러진 박물관은 전시물보다 고풍스러운 풍광이 우리를 사로잡는다.

상설 전시장은 가나안 시대, 제1성전, 제2성전, 로마, 비잔틴, 무슬림, 십자군, 아유비드 왕조, 맘룩 통치기, 오토만 터키 시대, 영국 식민지 시대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로마와 이슬람 시대, 오토만 터키 시대, 영국 식민지 시대 등을 스치듯 지나가며 전시된 내용을 살펴본다. 반나절 이상을 조용하게 살피면서 지나가도 부족할 것 같은 전시실 들을 너무 물 흐르듯 지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어차피 언어 등의 문제로 우리가 자세히 이해할 수 없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며 위안을 삼는다.

▲ 11개 각 시대별 상설 전시장(가나안인 시대부터 영국 식민지 시대까지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 산책을 나온 한 유대인
성채 안의 공원에 앉아 책을 읽고 간식을 먹는 정통파 유대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수염이 치렁거리며 검은 옷에 검은 모자를 눌러쓴 그는 차와 안내책자 등은 둘로 박물관을 둘러보다 잠시 다윗의 정원에 앉아 쉬고 있다. 그도 무너진 역사의 현장에서 과거 어느 시대인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공연장 뒤쪽에 있는 노천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시킨 후 올드 시티를 거닌 피로를 풀었다. 시간에 쫓겨 서두르며 성지를 ‘방황(?)’하기보다 차한잔의 여유를 누리며 성지의 감동을 되새기는 것이 얼마나 여유롭고 성지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지 생각한다. 다윗의 탑을 소개한 책자에는 상설 전시와 함께 특별전시와 공연 등이 정기적으로 열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자의 사진을 보니 오후 시간에 들려 전시실을 둘러본 후 저녁 공연을 함께 관람하면 참 좋을 듯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물론 비용은 좀 들겠지만 말이다.

※ 다윗의 탑(예루살렘 역사박물관)은 홈페이지(http://www.towerofdavid.org.il)가 잘 만들어져 있다. 히브리어 뿐 아니라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이탈리어 등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방문을 앞두고 미리 봐두는 것도 도움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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