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고난과 십자가를 묵상하다
이스라엘 성서현장 4-비아돌로로사 (1)
예수님의 고난과 십자가를 묵상하다

우리는 예루살렘성의 여덟 문 중 하나인 스데반 문을 통해 예루살렘 성에 들어섰다. 현재 닫혀 있는 문은 황금문(미문)이며 나머지 일곱 문인 헤롯문, 다마스커스문, 새문, 시온문, 본 문, 스데반 문 등이 그것이다. 스데반 문은 스데반 집사가 사울에 의해 이 문으로 끌려 나가 문 밖 광장에서 돌에 맞아 죽었다고 붙여진 이름으로, 문 양 옆에 사자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어 라이언 문으로도 불리고 있다. 문 앞에는 총을 둔 이스라엘 병사들이 출입하는 사람들을 경계하고 있었고 출입문 벽 쪽에는 총탄의 흔적이 이곳저곳에 남아 있었다.

약 800m의 비아돌로로사는 쉬지 않고 걷는다면 10분 정도 길이요, 예수님의 흔적을 쫓아가더라도 1시간 정도의 가까운 거리다. 이토록 짧은 길을 걷기 위해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예루살렘을 찾아오고 이스라엘을 향해 오늘도 몸을 비행기에 싣는다.
사실 비아돌로로사는 예루살렘에 와 본 적 없는 한 유럽 그리스도인이 16세기에 소문과 문서만으로 추정해 놓은 곳이란 점에서 예수님의 길이냐는 점은 의문이다. 그렇지만 전혀 틀리다고 말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의문 반, 믿음 반을 가지고 걷는다.

제1지점 : ‘예수님이 재판을 받으신’ 빌라도 법정

빌라도는 가이샤라에 머물렀다가 유월절을 앞두고 예루살렘에 들어와 로마병정들이 머물던 안토니오 요새에서 지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에서 예수는 빌라도에게 심문을 받고 ‘십자가에 못 박히도록’ 넘겨준다(막 15:1-14).
현재 이곳은 이슬람의 학교가 자리하고 있어서 실제 내부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들어선 곳이 빌라도법정 옆에 세워진 ‘채찍질교회’이다. 채찍질교회는 아담한 모습으로 서서 우리를 맞이했다.
교회에 들어서서 강단 정면 위 유리에 예수님이 재판 받는 장면이 스태인드글라스에 장식되어 있었다. 설명을 듣는 한 순례객들의 기도 소리가 울려 퍼진다.
제2지점 : ‘군인들이 예수에게 가시관을 씌우고 홍포를 입히고 희롱한 곳’


예배당에는 정면에는 십자가를 예수에게 지우는 장면이 강단 정면에, 가시관을 쓴 예수상이 왼쪽에, 십자가를 든 예수상이 오른 편에 자리했다.
이곳에서 한 수사와 무릎 꿇고 기도하는 남미 순례객들의 경건한 모습과 마주했다. 그들의 기도는 간절했다.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는 그들의 눈가에서 이슬이 어렸다. 가이드는 이곳 바닥에서 예수님 당시의 돌바닥과 군병들이 그린 듯 한 바둑판 모양의 흔적을 보여준다. 벽면에는 예수님 당시의 벽돌과 글자가 새겨진 돌판 등도 전시되어 있었다.


좁은 샛길은 아랍상인들의 손님 청하는 소리로 시끌벅적댄다. 조용한 묵상의 흐름은 손님 청하는 소리에 깨어지고 지갑과 짐(카메라 가방)에 신경쓰다보니 묵상은 물 건너가 버린다. 이를 피해 새벽 시간에 이 길을 걷는 모 지방 순례팀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아마도 이런 팀이 많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낮 시간 눈으로 많이 보고 걷는 것도 의미있는 발걸음이라 여기며 걷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