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람산에 올라 예루살렘의 옛 영화를 떠올리다

이스라엘 성서 현장 3-감람산

감람산에 올라 예루살렘의 옛 영화를 떠올리다

예루살렘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 그곳에 감람산(올리브산)이 있다. 보통 예루살렘을 둘러볼 때 먼 곳에서 전경을 본 후 도시 안에 들어가 세밀히 살피거나 곳곳을 세밀히 둘러본 후 감람산으로 돌아와 전경을 보는 방식이 있다. 선택은 가이드의 몫인 것 같다. 전경을 먼저 보기 위해 감람산에 올랐다.

▲ 감람산 정상 밑에는 메시아가 올 때 기쁨으로 그들을 맞고 성전 황금문으로 입성하려는 유대인들의 무덤이 가득하다.

감람산은 예수님이 예루살렘을 보시고 우시며 ‘너도 오늘 평화에 관한 일을 알았더라면 … 돌 하나도 돌 위에 남기지 아니하리라’(눅 19:41~44, 막 13장)고 말씀하셨던 곳이며 ‘아버지여 만일 아버지의 뜻이거든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눅 22:42)라고 핏방울이 떨어지도록 기도했던 곳이다. 특히 이곳은 예수 그리스도가 끌려가시기 직전 이 곳에서 기도하셨고 부활 후 많은 제자들이 보는 가운데 승천하신 곳이기도 하다.

▲ 무덤에 쓰인 글들
감람산 정상 전망대에서 옛 예루살렘성(Old City)을 내려다보며 ‘예루살렘의 영화’를 머릿속에 그려본다. 거룩한 하나님의 성전, 다윗성과 솔로몬의 왕궁, 헤롯의 왕궁이 있었던 예루살렘은 근동의 중심도시였다. 그러나 지금은 쓸쓸한 옛 영화만 그릴 뿐 감람산 아래쪽 유대인들의 무덤과 어울려 쓸쓸함을 느끼게 한다.

 감람산에 유대인들의 무덤이 많은 것은 메시아가 막힌 동쪽문(황금문)을 열고 예루살렘에 들어설 때 부활할 것이라는 신념 때문이다. 이들은 무덤에 갇혀 오실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다. 그 꿈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그들의 무덤 위에는 자그마한 돌들이 놓여 있었다. 어떤 이들은 많은 돌들이 놓여 있고 어떤 이들은 한 두 개만 놓여 있는 경우도 있었다. 가이드는 돌들이 가족이나 친지가 다녀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꽃은 시들고 마르기 때문에 자그마한 돌들은 놓고 간다는 것이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무덤 위에 한국에서 온 한 순례객의 방문 흔적을 놓는다.

 

산 정상을 내려오면서 가정 집 앞에 학개 선지자의 무덤이라고 쓰인 안내문을 봤다. 이곳은 구약성서의 마지막을 장식한 학개, 스가랴, 말라기 선지자의 무덤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가정집이라 들어갈 수 없었고 스치든 지나간다. 눈물교회 입구에 있는 1세기의 무덤 발굴터가 있는데 아마도 이런 형태의 무덤이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골목길을 내려오면서 수많은 순례객들과 부딛친다. 우리는 다섯 명 소규모였지만 20~30명의 유럽과 남아메리카에서 온 순례객들이 우리와 같이 위에서 내려가고, 때론 아래에서 올라왔다. 그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감란산 정상에서 예루살렘성을 내려다 보고, 유대인들의 무덤을 살폈으며, 선지자의 무덤을 지나 눈물교회에 이르렀다.  

 

▲ 눈물교회에는 순례객들의 미사가 한창이다.

 

▲ 눈물교회
눈물교회는 누가복음 19장 41절에 예수께서 예루살렘 성을 보며 눈물을 흘리시는 장면이 있는데 그 위치 쯤에 세운 교회다. 십자군이 세운 교회는 건물의 모양도 눈물 모양으로, 지붕 네 곳에 눈물을 담는 항아리 모양을 형상화해 세워졌다. 교회 안에 들어가면 예루살렘 성을 향해 큰 유리창이 있는데 유리창 앞 강단이 예수께서 기도하셨을 곳이라고 한다. 말처럼 한 눈에 예루살렘 성이 내려다 보인다.

 

눈물교회 앞에서 예루살렘 성과 성전을 보면서 느끼셨을 예수님의 고뇌를 생각해 본다. 그 때 예수님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멸망을 앞둔 예루살렘을 보며 눈물을 흘리셨을 것이다. 망해야 하는 동족을 생각하며 가슴아파하셨을 것이다. 그들을 위해 하나님께 진심어린 간구를 하셨을 것이다. 2000년이 지난 오늘 유대인, 기독교, 이슬람, 아르메니아정교회 등 4개 구역으로 나뉜 예루살렘 옛 도시(올드시티)를 보면서 나 또한 가슴이 미어져 온다.

▲ 예수님의 기도를 지켜봤을 감람나무
감람산을 내려오면서 예수 옷을 입고 낙타를 탄 사람들이 사진 촬영을 요청한다. 비록 상업적인 행위이긴 하지만 지나치면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서구적 시각의 예수 모습이지만 아마 예수님도 그런 모습이지 않으셨을까 생각해 본다.

감람산에는 예수님이 눈물 흘렸음을 기억하는 ‘눈물교회(The Chapel of Dominus Flevit)’ 외에도 피눈물을 쏟은 현장을 지켜봤을 감람나무들이 있는 겟세마네동산, 겟세마네교회(만국교회), 한국어 등 전 세계 70여개 국가의 주기도문이 내걸린 주기도문교회, 성모마리아의 무덤, 선지자들의 무덤, 주님승천교회 등을 둘러볼 수 있다. 감란산 한 쪽편으로 벳바게 교회와 베다니, 나사로의 무덤도 볼 수 있다.

▲ 만국교회

눈물교회를 나와 겟세마네 동산과 만국교회에 들렀다. 겟세마네 동산에는 믿기 어렵지만 유전자 검사결과 수령이 2000년이 넘은 감란나무 여덟 그루가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예수님의 기도장면을 보았지 않았을까’하는 점에서 언론의 조명을 받기도 했다.

보통 수령이 600년인 감람나무는 고령이 되면 새순이 돋아나 생명을 이어간다고 하는데 나무 옆으로 삐져나온 새순의 보니 그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 이들은 아마도 다시 오실 예수님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만국교회에서 만난 한 수사
만국교회는 잡히시고 대제사장에게 끌려가시기 전까지 예수님이 기도하셨던 곳에 세워진 교회로 교회 안으로 들어가면 중앙 정면에 작은 바위가 있다고 하는데 마침 미사 중이라 바위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었다. 멀리서 2000년 전 예수님의 기도 모습을 상상했다.

만국교회 또한 비잔틴 시대 건축되었다가 페르시아 침공 때 파괴되고, 십자군 시대 때 재건되었다가 또 파괴됐다. 현대 건물은 1919년부터 5년간 16개국의 헌금으로 건축되었고 그래서 ‘만국교회’로 불린다고 한다.

만국교회 안으로 들어서니 한 수사가 말씀을 묵상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중세시대 수도원에서 말씀을 묵상하고 읽으며 살았던 수도사들의 모습을 생각케한다. 때론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현실의 고통으로부터 일탈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한 삶이라 생각도 된다. 이날 그 수사의 모습은 행복함으로 다가온다.

▲ 만국교회 내부도 순례객들의 미사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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