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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현장> 7-비아돌로로사 (4)
골고다의 십자가, 그 분의 흔적을 찾아가다
[0호] 2011년 02월 03일 (목) 19:40:17 조재석 기자 stonespirit@hanmail.net

 이스라엘 성서현장 7-비아돌로로사 (4)

골고다의 십자가, 그 분 흔적을 찾다

"갈보리산 위에 십자가 섰으니 주가 고난을 당한 표라
험한 십자가를 내가 사랑함은 주가 보혈을 흘림이라
최후 승리를 얻기까지 주의 십자가 사랑하리
빛난 면류관 받기까지 주의 십자가 붙들겠네”
(찬송가 150장, 갈보리산 위에)

예수는 골고다(해골의 곳)라 하는 곳에 이르러 십자가에 못 박힌다. 함께 끌려 온 두 명의 강도도 좌우편에 못 박혔다. 당시 관행에 따라 십자가형을 당하기 전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몰약을 탄 포도주를 병사들이 주었으나 예수는 받지 않았다고 한다.

십자가 위에 걸린 팻말엔 빌라도에 의해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이라는 말이 히브리와 로마, 헬라 말로 기록되었다(요 19:19~20). 유대인의 왕으로 오신 그 분은 유대인에 의해 죽임을 당했고, 청부자가 된 빌라도는 예수를 ‘유대인의 왕’으로 호칭한 것이다. 성서에 따르면 대제사장이 ‘자칭 유대인의 왕이라고 쓰라’고 요청했지만 빌라도는 무슨 이유인지 불분명하지만 ‘내가 쓸 것을 썼다’고 이를 거부한다.(요 19:20~22)

십자가에 달린 예수. 군병은 그의 옷을 나눠 제비뽑았고, 백성은 서서 구경했으며, 관리들은 비웃었다. 마가와 마태의 서술에 따르면 지나가던 자들은 예수를 ‘모욕’했고, 대제사장과 서기관들이 ‘희롱’했다고 전한다. 유대의 지도층은 예수께서 이 땅에 온 이유와 십자가의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좀 의외지만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강도(행악자) 2명에 대한 이야기를 복음서마다 조금 다르다. 마가와 마태는 (둘 모두) ‘욕하더라’(막 15:32, 마 27:44)고 기록한 반면 누가는 2명이 다른 반응을 보였다고 전한다. 한 명은 비방하여 ‘네가 그리스도가 아니냐 너와 우리를 구원하라’고 말했고 다른 한 명은 그 사람을 꾸짖어 ‘우리는 우리가 행한 일에 상당한 보응을 받은 것이라 당연하지만 이 사람이 행한 것은 옳지 않은 것이 없다’(눅 23:41)라고 말한다. 그는 예수로부터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는 말을 듣는다.

   
십자가 처형이 이루어지고 예수께서 육신의 숨을 거두시고 묻힌 곳은 지금은 ‘성묘교회(예수무덤교회)’ 내부에 위치해 있다. 골고다 언덕에서 예수의 무덤이라 추정되는 곳만을 남긴 후 모두 깎아 교회를 세운 것이다.

9처소 바로 옆으로 교회의 마당으로 들어서는 출입구가 있어 발길을 옮긴다. 성묘교회는 313년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틴 황제의 명령으로 336년에 건축되었다. 당시 건축 위치는 로마의 하드리아누스가 135년경에 비너스 신전을 세웠던 자리로 알려져 있다. 당시는 지금보다는 규모는 작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설에 따르면 콘스탄틴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가 당시 신전의 장소를 뒤졌는데 십자가 조각을 발견했고 손목에 박은 못, 복숭아 뼛조각을 발견하여 그 장소에 교회를 세웠다고 한다.

이 건물은 614년 페르시아 군대의 침공 때 파괴되었다가 재건되었고 십자군 운동과 더불어 1149년 오늘날의 모습을 복구되었다고 한다. 현재 이 교회는 희랍정교회, 로마 가톨릭교회, 시리아(정)교회, 콥틱교회, 아르메니아교회, 이디오피아교회가 각각의 소유권을 가지고 관할하고 있는 상황이다.

   
계단을 오르면 10,11처소를 만난다
10처소 : 예수님의 옷을 벗긴 곳 
 

11처소 :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곳

성묘교회 마당에는 수많은 순례객들이 모여 교회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좁은 계단을 통해 2층에 올라서자 예수님이 옷을 벗기고 십자가에 못 박은 곳이 눈에 들어섰다. 점심시간에 방문하면서 많은 순례객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이곳에서 예수는 지친 몸을 누이고 옷을 벗기고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 11처소에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시는 장면을 그린 벽화와 모리아 산에서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바치는 장면이 대비되어 걸려 있었다.

성서에 따르면 제 삼시(12시)가 되어 군병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고 벗긴 옷은 ‘누가 어느 것을 가질까’하여 제비를 뽑는다(마 15:24). 보통 십자가형을 당하는 죄수가 십자가 전체를 운반하지 않으며 가로 나무를 지고 십자가 형 당하는 곳에 도착하여 세로 기둥에 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10처소 벽화
예수는 이곳에서 옷을 벗김 당하고 가로 나무에 팔을 벌려 양 손에 못을 박혔을 것이다. 또한 발을 겹쳐서 그 위로 큰 못이 박혔을 것이다.

손과 발에 못을 박는 망치소리가 ‘쿵’, ‘쿵’ 울려 퍼졌을 것이다. 그 울림과 함께 예수께서도 고통의 목소리를 뱉어 내셨을 것이다. 골고다까지 예수의 뒤를 따라온 여인들의 가슴은 망치 소리의 울림으로 더욱 아팠을 것이다. 그렇게 예수는 십자가에 달리기 시작하신 것이다.

12처소 :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운명하신 곳

복음서에 따르면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리신 후 많은 말씀을 하신다. 일반인들은 십자가의 그 큰 고통 속에서 예수님이 그 많은 말씀을 하신 것을 의심하며 후대의 창작물이나 몽롱한 상황에서 내뱉은 말로 격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예수님은 십자가를 향하여 가신 분으로, 그 분은 당시 사람들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마지막까지 교훈의 말씀을 주셨을 것이다. 십자가 위에서 하신 말씀을 우리는 ‘가상칠언(架上七言)’으로 기억한다.

   예수님의 가상칠언

  1. - 눅 23:34 / 이에 예수께서 이르시되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2. - 눅 23:43 /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하시니라
  3. - 요 19:26-27 / 예수께서 자기의 어머니와 사랑하시는 제자가 곁에 서 있는 것을 보시고 자기 어머니께 말씀하시되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하시고 또 그 제자에게 이르시되 “보라 네 어머니라”하신대 그 때부터 그 제자가 자기 집에 모시니라
  4. - 막 15:34, 마 27:46 / 제 구시에 예수께서 크게 소리 지르시되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시니 이를 번역하면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는 뜻이라
  5. - 요 19:28 / 그 후에 예수께서 모든 일이 이미 이루어진 줄 아시고 성경을 응하게 하려 하사 이르시되 “내가 목마르다”하시니
       
    ▲ 12처소 십자가 있는 곳
  6. - 요 19:30 / 예수께서 신 포도주를 받으신 후에 이르시되 “다 이루었다”하시고 머리를 숙이니 영혼이 떠나가시니라
  7. - 눅 23:46 / 예수께서 큰 소리로 불러 이르시되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하고 이 말씀을 하신 후 숨지시니라(막 15:37-예수께서 큰 소리를 지르시고 숨지시니라)

아무튼 예수님은 마지막에 큰 소리를 부르며 운명하신다. 자신에게 부여한 사명을 ‘다 이루’신 그분은 ‘아버지 손에 부탁’한 후 모든 삶을 마무리하신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자리는 많은 사람들이 줄 지어 서 있었다. 그 분의 십자가가 박히고, 그 분의 피가 흘러내린 그 위치에 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손을 넣고 아래를 내려다보며 기도한다. 부부가 함께, 연인과 함께, 자녀와 함께 그분의 축복을 기대하며 기도한다. 10초 내의 그 짧은 기도를 위해 많은 사람들은 예루살렘 여행 시간을 쪼개 20~30분 넘는 시간을 기다린다. 아마도 한국 사람들 중에 그 곳에 무릎 꿇은 사람은 많이 없을 것이다. ‘빨리 빨리’를 외쳐야 하는 우리네 처지에서 그 시간은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 13처소 예수님이 죽으신 후 시신을 내려 닦고 세마포로 싼 곳에서 많은 순례객들이 기도하고 있다.
13처소 : 예수님의 시신을 내려놓았던 곳

   
2층 위편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큰 돌 판이 놓여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 주변에 무릎을 꿇고 돌 판을 손으로 만진다. 그곳이 예수님의 시신을 내려놓고 기름으로 몸을 닦고 수의(세마포)를 입힌 곳이다. 돌 판의 뒤편에는 예수님에게 수의를 입히고 시신을 무덤에 넣는 장면이 벽화에 담겨 있다.

돌 판을 손으로 만졌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만져서 반짝댄다. 예수님 당시의 따뜻함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한 줌의 온기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다. 하지만 차갑다. 이미 예수님의 온기는 2000여년전 과거의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여러 물품을 올려놓고 기도한다. 십자가와 묵주, 목거리, 향유와 몰약이 담긴 병 등 모두 집으로 가져갈 선물 들이다. 기독교인의 입장에선 이해하기 어렵지만 예수님의 흔적, 그 성스러운 기운을 조금이라도 담고 싶은 정성의 표현이란 점에서 웃거나 무시할 것은 아니다.

   
▲ 예수 무덤의 옆 면과 정면에서 바로본 모습
14처소 : 예수님이 묻히신 곳 
 

   
“아리마대 사람 요셉은 예수의 제자이나 … 빌라도에게 예수의 시체를 가져가기를 구하매”(요 19:38),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곳에 동산이 있고 동산 안에 아직 사람을 장사한 일이 없는 새 무덤이 있는지라 … 예수를 거기 두니라”(요 19:41~42)

아리마대 사람 요셉에 대해 누가복음에는 ‘공회 의원으로 선하고 의로운 요셉’, ‘결의와 행사에 찬성하지 아니한 자’,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자’로 설명하는 반면 요한복음은 ‘예수의 제자’라고 소개한다. 그가 십자가 사건 당시에는 ‘호감 가는 정도’였으나 그 이후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을 것이라 유추한다면 틀린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체를 달라 하여 이를 내려 세마포로 싸고 아직 사람을 장사한 일이 없는 바위에 판 무덤에 넣어”(23:52~53)둔다.

무덤교회 내부에서는 다양한 수사들의 복장과 흐름을 만나게 된다. 갈색 옷을 입은 수사들과 흰색 옷을 입은 사람들... 여러 교파의 그리스도교 주교와 신부들과 신자들을 만나게 된다. 각 교파는 이곳저곳에서 간략한 미사를 드린다. 미사가 끊이지 않는 그곳이 바로 성묘교회이다.

   
예수님의 무덤은 교회 내부 광장의 중앙에 검은색 나무 상자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어둠의 음침함 마저 느끼는 그곳에 외계에서 온 듯 한 모양의 건물이 바로 예수님의 무덤이다. 무덤 위로는 태양 빛이 들어오도록 둥근 모양의 구멍이 뚫려 있고 무덤 주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내부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예수님의 무덤은 이미 너무도 성스럽게 탈바꿈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덤 뒤편 옛 모습 그대로를 재현해 놓은 곳에 들어가 예수님 당시의 흔적을 느끼고자 한다. 촛불의 그을림이 가득한 그곳에서 사람들은 예수님 당시의 모습을 떠올린다. 좁은 무덤 안에 예수님은 누이셨을 것이다. 그 내부에 돌을 파 만든 작은 입구는 1년이 지난 후 뼈를 관에 넣어 보관하던 곳이었을 것이다. 물론 예수님은 작은 그 곳까지 들어가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무덤 입구 쪽에 보면 좀 전에 작은 구멍이 하나 뚫려 있는데 그곳이 바로 십자가 구멍이라고 한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세우면 이 구멍 위까지 십자가가 박혔다고 한다. 2층에서 줄 선 사람들이 많아 보지 못한 십자가 구멍을 아래쪽에서 비스듬히 올려다본다. 이곳이 예수님이 십자가에 박힌 곳이라면 그 곳에는 예수님의 피가 흘러 들었을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옷이 벗겨지고 십자가에 못 박혀 달리시고 죽으신 곳, 그리고 시신이 내려져 세마포에 쌓여 아리마대 요셉의 무덤에 넣어진 곳…. 무덤교회(성묘교회)는 수많은 순례객으로 붐볐다. 그들은 주님의 십자가를 넣은 구멍과 시신을 염한 돌판, 무덤의 돌을 만지며 예수의 흔적을 느끼려 한다. 마치 막달라 마리아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 살로메 등이 안식 후 첫날 무덤을 찾았던 이유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 때처럼 ‘주님은 여기 계시지 않다’. 우리가 기억할 말씀이다.

비아돌로로사에는 빌라도법정, 채찍질 당한 곳, 넘어지신 곳, 구레네 시몬이 대신 십자가를 진 곳,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곳, 달리신 곳, 시신을 세마포로 싼 곳, 예수님이 누인 무덤 등 14곳의 기념장소가 만들어져 있다. 이곳을 지날 때마다 가톨릭 수사들은 ‘사형언도를 받으신 주님을 묵상합시다’, ‘채찍질 당하심을 묵상합시다’, ‘십자가를 대신 진 시몬을 생각합시다’, ‘지쳐 쓰러지신 주님의 고난을 묵상합시다’, ‘우리 죄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심을 묵상합시다’는 외친다고 한다. 그들의 목소리가 귀가에 울리는 것 같다. 각 처소마다 조용히 눈을 감는다. 성서와 고대 전승에 따라 마련된 처소는 ‘기억의 흔적’을 통해 그리스도를 삶을 더 깊이 묵상하려는 선조들의 신앙이 새겨져 있음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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