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결인 군의관 이용민 중위
심장·간·췌장·신장 나눔
신체 조직·뼈 등 34종 기증
꺼져가는 여러 생명 되살려

 

▲ 이득희 장로와 임소연 권사가 아들 이용민 중위의 영정을바라보며 천국소망을 기원하고 있다.

성결인 청년 의사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나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군의관 이용민 중위(30세)는 자신의 장기와 뼈 등 신체조직을 바쳐서 숭고한 생명 나눔을 실천했다. 그토록 꿈꾸던 의사로서의 꿈은 다 이루지 못했지만 군의관으로서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고서야 영면에 들어갔다.  

이 중위는 누구보다 밝고 정이 많은 신앙인이었다. 명덕외고와 연세대 의대를 나온 장래가 촉망 받는 의사이기도 했다. 건강체질이었던 이 중위가 쓰러진 것은 지난달 14일 저녁이었다. 경기도 포천 근무지 인근에서 일과 후 계단에서 넘어져 뇌출혈이 발생했다. 병원으로 후송 돼 응급 수술도 받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도 받았지만 깨어나지 못했다.

 

          ▲ 고 이용민 중위

아버지 이득희 장로(60세)와 어머니 임소연 권사(56세·이상 서울수정교회)는 중환자실에서 매일 30분씩 면회할 때마다 “아들아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고 눈물로 기도했다. 그러나 이 중위는 스물아홉 생애를 다 채우지 못한 채 ‘뇌사 판정’을 받았다.

천청벽력 같은 통보였지만 가족들은 ‘큰’ 결심을 했다. 아들이 비록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지만 꺼져가는 삶을 이어가는 이웃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고 떠나도록 하자며 장기기증과 신체조직 기증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사고 후 응급처치도 부족했고, 병원 후송도 늦은 감이 있었지만 그저 모든 것을 용서하기로 했다. 아들의 천국 가는 길을 따뜻하고 환하게 밝혀주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육신의 부모로서 한 가지 소망이 있었다. 아들 용민 씨가 서른 살은 꼭 채우고 하나님 곁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어머니 임 권사는 “2016년만 넘길 수 있다면 온전히 아이를 주님께 맡기겠다고 그렇게 기도하고 이렇게 새해를 맞았다”며 오열했다. 아들 용민 씨는 2017년 새해를 맞아 딱 3일을 더 이 땅에 머물렀다. 그리고 지난 4일 새벽에 새 생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새 삶을 안겨주고 하나님의 품에 영원히 안겼다.

그가 기증한 심장과 간, 췌장,신장 등은 위급한 환우들에게 곧바로 이식돼 여러 명의 생명을 살렸다. 특히 간은 워낙 건강해 6개월 된 아기 등 2명의 위독한 환자에게 이식됐다. 또 각종 조직, 뼈 등 신체조직 34종도 함께 기증했다. 그의 대퇴골 뼈 1종만으로도 작은 뼈칩(Born Chip)을 만들어 약 150명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의료진은 전망했다.

이 장로는 “신앙인으로서 기적도 있고,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는 것이 어려웠지만 용민이가 의사로서 병을 고치고 치료해야 하는데, 그것을 못하고 가기 때문에 자기 몸을 바쳐서라도 사람을 살리고 떠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면서 “아들의 영혼은 하나님 곁으로 가지만 그 신체의 일부는 누군가에게 새 삶을 줄 수 있는 것에 위안을 얻고 있다”고 장기기증의 애절한 사유를 밝혔다.

이 장로는 수술 후 SNS에 “용민아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더 큰 일을 했다. 이제 하나님 곁에서 편히 쉬거라”고 마지막 편지를 아들에게 남겼다.

이렇게 청년의사 이용민 중위의 생은 2017년 새해에 영원히 멈추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새 생명을 얻는 많은 사람들은 이 새해에 새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아들을 가슴에 묻고 슬픔에 빠진 이 중위의 부모는 이제 아들이 국립현충원에 안장되는 것 외에는 바라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