짊어질 수 밖에 없는 십자가

살다 보면 불가항력적으로 짊어질 수밖에 없는 십자가가 있다. 그래서 예수님도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마 26:39)라는 고백을 했던 것이 아닐까? 
그 누구도 원하지 않지만 자신과 가족의 삶으로 어느날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장애’도 이런 십자가의 무게만큼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더군다나 인간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예수님처럼 그냥 하나님 앞에서 솔직하게 자신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것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장애인 사역을 이어오며 “모든 것이 은혜였다”고 고백한 이철우 목사의 글에서 이런 연약함은 고스란히 묻어났다. 고통과 슬픔, 아픔을 짊어진 이들에게 위로와 섬김, 나눔과 배려로 다가가서 힘겨운 십자가의 무게를 덜어내주고 있지만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환경적 제약이나 연약함과 무능함으로 그저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을 늘 맞닥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사역의 현재진행형 고백은 ‘은혜’였다. 만나와 메추라기로, 이른 비와 늦은 비로 역사하시는 사랑의 하나님을 힘겨운 사역의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었다. 하나님은 하나님 나라를 위해 수고하는 이들을 결코 외면하시는 분이 아니었다. 하지만 힘겨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은혜’라고 고백하는 것에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라며 십자가 삶을 살아가는 적절하면서도 최고의 방법을 알려주신 예수님처럼 오직 하나님만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사역을 이어가는 것은 아닐까?
“내 의지와 관계없이 일어나는 일들이 많지만 떠맡겨진 것이 아닌 나의 의지로 선택한 역할로 여기고 부지런히 그 길을 걷겠다”는 이 목사의 각오 속에 담긴 ‘은혜’라는 고백이 위로와 사랑의 십자가로, 축복의 십자가로, 은혜의 십자가로 다가서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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