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2017년 6월, 10년 동안 부목사로 사역하던 교회를 사임했다. 갑작스런 사임이라 다음 사역지조차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 3개월 동안 임지 없는 목사가 되어 집 근처 여러 교회를 돌아다녔다.

개척의 꿈은 있었지만 십자군 전도대 사역을 일 년 간 했을 때 개척교회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나님의 강권하심이 아니었다면 주저 앉았을 것이다.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가 80만 원, 4층 상가를 계약했다. 사모 명의로 3000만 원을 대출받아 보증금을 마련하고, 아들 보험금을 해지해서 800만 원으로 교회 집기를 마련했다. 

시작된 하나님의 은혜
건물이 낡아 리모델링이 필요했지만 엄두도 못내고 강대상과 의자만 놓고 창립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딱한 사정을 들으신 지방회 목사님들이 지방회에서 주최하는 부흥회의 헌금 1,600만 원, 지방회에서 개척지원금 4,000만 원을 후원해주셨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다시 한 번 고백한다.

9월에 예배당을 계약하고 지원된 4000만 원으로 한 달 동안 리모델링을 했다. 온갖 건축자재가 어지러운 예배당에서 아내와 아들과 같이 매일 9시에 기도회를 했다. 하나님이 개척 멤버를 한명씩 보내주셨다. 먼저 함께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양가가 불신자집안이라 가족들도 함께 하지 않았지만 뜻밖의 성도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12월에 설립예배를 드릴 때는 열 명 정도의 개척멤버로 예배를 시작할 수 있었으며, 창립 1주년 기념예배에는 40여 명이 넘는 성도가 예배를 드렸다. 

아들과 함께하는 목회
아들은 특수학교 초등 6학년에 재학 중이다. 인지력은 3살 아이지만 키는 183cm가 넘고 몸무게는 100kg이다. 아이는 4살 때부터 다른 아이와 달랐다. 엄마 아빠 외에는 다른 말을 할 줄 몰랐고 혼자서 웃거나 제자리에 빙글빙글 돌기 일쑤였다.

장애진단을 받고 특수학교에 입학했다. ‘왜 내 아이여야 할까..’ 고통스러운 질문이 마음을 괴롭힐 때마다 ‘이것도 감당 못하면 나는 목사 자격이 없어” 스스로를 다독이며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어느 날 기도시간에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를 체험했다. 하나님이 뜨겁게 임재하시면서 사모의 자궁 안에 있는 근종을 모두 치유하여 주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맡길 만하니까 가장 귀한 보물을 너희에게 맡기지.” 
그 귀한 한 마디 말씀에 사모의 몸과 영혼이 치유되었다. 하나님이 맡기신 보물을 품으니 하나님이 보상을 주셨다. 4층 꼭대기, 엘리베이터도 없는 교회로 사람들을 보내고 함께 예배하게 하셨다. 개척 8개월 만에 30명이 넘게 등록해서 지방회 부흥회 때 개척 성공 사례로 영상이 나갔다. 

 

계속되어지는 그리고 끝나지 않는 하나님의 은혜
교회가 좁은 것은 괜찮은데 4층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것은 괜찮지 않았다. 장애를 가진 분들이나 거동이 편치 않으신 어르신들이 교회에 한 번 오시려면 그 수고가 눈물겨울 정도였다. 재정은 여의치 않고 고민만 쌓여가고 있는데 타 교단에서 오신 장로님이 재정부장을 통해서 목사님이 먼저 헌금하시라는 말을 전하였다. 너무 화가 났다. 차마 말을 전한 집사님 앞에서는 풀지 못하고 하나님 앞에 몸부림을 쳤다. 

“하나님 너무 화가 납니다. 자기들이 먼저 헌금을 해야지 어떻게 목사보고 옥합을 깨뜨리라고 합니까? 깨뜨릴 옥합도 없습니다. 하나님 저 빚만 3000만 원입니다.”
분하고 억울했다. 그런데 새벽 즈음에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김 목사 네가 책임져라” 
“하나님 저 돈 없어요! 어떻게 책임집니까?” 
“내 종이니까 네가 책임져라”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니 마음이 평안해졌다. 
‘하나님이 나를 믿고 계시구나. 내가 주님께 빚진 자이지. 내가 책임지자’ 라고 다짐했다.
사모가 갑상선암 수술을 하고 돌아온 날, “여보 하나님이 우리에게 책임지라고 하니 5000만 원을 더 대출해서 교회를 이전합시다. 우리가 책임집시다”라고 말했다. 늘 한결같은 사모는 말없이 순종하였다.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가 시작되었다. 성도들에게 교회 이전을 선포한 다음 날 총회에서 문자가 한통 왔다. 교회 재활성화 프로그램에 우리 교회가 서류심사에 통과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정확히 5,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이전한 건물은 엘리베이터가 있으며 바로 근처에 지하철 역이 있고 주일에 무료로 쓸수 있는 공영주차장이 10m 거리에 있다. 개척한지 만 4년이 되는 주일에 이전감사예배를 드렸다. 놀랍게도 이전예배를 드린 그 다음 주에 장애인 가족이 두 가정이나 등록을 하였고 지금도 은혜는 계속되어지고 있다. 
지난 주일 저녁에 교회를 출석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는 성도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내와 아이는 장애가 있고 본인도 많이 부족한 성도였다. 

“목사님!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니 너무 행복해요.” 
나도 잠자리에 눕기전 기도했다. 
 “주님 저도 너무 행복해요. 앞으로도 저 책임져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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