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영제국의 군대는 어떤 경우에도 후퇴하지 않는다는 전통을 지키려 하였고 그것을 명예로 간직하려 하였다. 1854년 크림 전쟁에서 영국 기병의 꽃인 라이트 여단은 러시아군의 총구를 향해 곧장 달려들었다. 돌격을 명령한 카디건(Cardigan)경의 표정엔 작은 흔들림도 없었고 기병들은 벚꽃 잎 떨어지듯 차례로 스러져 갔다. 라이트 여단은 발라클라바 전투에서 그렇게 역사 저편으로 사라졌다.

▨… 강을 건너고 싶은 전갈이 개구리에게 부탁했다. 개구리가 물었다. “네가 나를 찔러 죽이지 않는다고 어떻게 보장하지?” 전갈이 대답했다. “널 죽이면 나도 물에 빠져 죽는데.” 개구리는 전갈을 등에 태웠다. 반 쯤 건넜을 때 등을 찔린 개구리가 죽어가면서 물었다. “왜, 그랬어?” 둘이 함께 강 속으로 가라앉으며 전갈이 말했다. “그게 바로 내 본성이라고.”

▨… 어느 교회가 지방회 소속을 옮기더니 어느 교회도 지방회 소속을 옮기겠다고 여기 저기 의견을 타진했다는 소문이 있다. 지방회를 탈퇴해서 새 지방회를 구성한지가 언제인데 인정해주지 않느냐고 교단 탈퇴를 공언하는 이들도 있는 모양이다. 그런가 하면 이사 파송이 무슨 천국행 보증수표라도 되는지 붙은 불이 도무지 꺼지지를 않는다. 또 유지재단의 연기는 무언가 있기는 있다는 것인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 문제가 있으면 밝혀야 하고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카디건의 돌격대처럼 무작정 달려들어, 교단이기 때문에, 목사이기 때문에 체면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이들을 들쑤셔대는 것은 백보를 양보해도 꼴불견이다. 못 먹는 밥에 재라도 뿌리는 심보로 아무데나 찔러대는 송곳은 아무리 그것이 본성이라고 하더라도 교단을 죽이고 나도 죽이는 전갈의 행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 그것이 본성이라는 전갈의 토로에 슬그머니 미소 짓는 이들이 있다면? 끔찍하다. 카디건의 명령은 자신의 어리석음에만 그치지 않고 조직의 어리석음을 나타내는 것임을 아는 이들은 이즈음의 교단 조직과 정치를 이용하고 싶어 질지도 모르겠다.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교단의 정치, 행정에 대해 일찌감치 체념한 사람들은 교단 조직의 비효율성에 핏대를 세우는 이들의 순진함을 관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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