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왕조 선조 때의 일이다. 퇴계 이황이 예문관 제학에 제수되었는데 대제학은 사암 박순이었다. 박순이 임금께 아뢰었다. “신이 대제학이 되어 있는데 이황이 제학이 되어 나이 높은 큰 선비는 도리어 작은 벼슬에 있고 후진 초학의 선비가 높은 자리에 있는 것은 인재를 쓰는 것이 거꾸로 된 것이니 신의 관직을 갈아서 이황에게 주도록 하소서” 대신들이 모두 박순의 말을 옳다고 하여 왕은 박순과 이황의 관직을 맞바꾸게 하였다. 

▨… 자신의 일생을 그리스도를 본받고자 하는 애씀으로 일관했던 토마스 아 켐피스(1379∼1471)는 수도원의 한 골방을 자신의 삶의 자리로 삼았었다 그 골방에서 정성어린 성경 필사를 4번이나 이루어낸 그는 학문의 스승이라는 모습보다는 삶의 스승으로서 구도자의 자세를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보여 주었다. 그는 세상 만물에서  떠나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길을 줄기차게 추구하였던 것이다.

▨… 사도바울의 삶의 자리는 십자가였다. 그에게 있어서 십자가는 이미 지나간, 별로 마음에 되새기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과거가 아니라 자신의 삶 자체를 결정하고 규정하는 영원한 현존이었다. 십자가가 그의 삶을 가능케 하는 기반이었고 목표였고 내용이었다. 따라서 그의 삶의 길은 십자가의 길이었고 그 달려간 길의 끝에서 얻을 상, 면류관도 십자가였다.

▨… 부활절이면 서울에도 으레 십자가가 등장한다. 고층 빌딩과 넘쳐나는 자동차, 선남선녀로 가득찬 서울길이 비아돌로로사로 변하는 것이다. 그 십자가에는 바퀴가 달려 있다는 사실이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절망케 하지만, 정작 그 십자가를 둘러매는 사람들만은 그 절망하는 마음들을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 우리 성결교회 목사님들에게는 지방회장이, 항존부서장이, 의회부서장이, 파송이사 자리가 십자가인 모양이다. 그 고난의 자리를 나 아니면 누가 감당할까 하는 마음으로 기를 쓰고 그 자리로 나아가려 하는 것 같다. 지방회가 두 곳이나 사고나 있고 유지재단 이사 자리가 말썽을 부리고 있다. 박순이, 아 켐피스가 오늘의 성결교회의 모습을 보았다면 어떤 감회를 피력하였을까. 우리가 가고있는, 또 가려고 하고있는 길은 어차피 비아돌로로사가 아니니 십자가에 바퀴를 달자는 뻔뻔함이 전염병처럼 교단 안에 번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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