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아픈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답답함이 앞선다. 그만큼 하고픈 이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8월 발행할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될 인사 4776명 중에 목회자 등 기독교계 인사가 58명 포함된다고 한다. 본 교단 인사도 2명 포함되어 있다. 교단 역사편찬위원회 등에서 결코 친일이라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하고 관계자들에게 우리의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전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에 따르면 해방 후 친일파 청산작업을 주도하던 반민특위가 이승만 정부에 의해 해체된 이후 친일파를 역사적으로 단죄 또는 기록에 바로 남기기 위해 인명사전이 추진되었으며 총론편 1권, 인명편, 3권, 부록 3권 등 총 7권으로 출간될 것이라고 한다. 이 중 인명편이 오는 8월 말 발간되며 2015년까지 일제협력단체사전, 식민지통치기구관련 등 17권의 연구총서도 발간될 것이란다.

사실 일제시대 기독교 지도자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일제에 협력했다. 자의든, 타의에 의해 강요된 것이든 일제에 협력하고 부역한 것을 엄연한 현실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독립투사를 제외하고 모든 이들이 친일의 범주에 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기독교 또한 그러했으며 우리 성결교회 또한 마찬가지다. 황국신민서사를 외웠고 신사에 절했으며 금모으기와 같은 형태의 국방헌금 납부에 동참했다.
심지어 일본에까지 찾아가 신사에 절하기까지 했다. 소극적이나마 친일을 회피하기 위해 공직을 버리고 순회전도자가 되거나 일경을 피해 집에 꼼짝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것도 힘들었지만 말이다. 이밖에도 창씨개명을 하여 한국식 이름과 일본식 이름을 가져야 했던 사람처럼 성결교회 또한 ‘국민총력성결교회연맹’이라는 일본식(?) 이름을 부여받아야 했다.

태어나지 않았던 시대의 일이라고 해서 선진의 잘못을 무시할 수 없다. 후대에게는 역사적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번 인명사전 편찬에 앞서 안타깝게 느끼는 것이 있다. 두 사람은 교단을 대표해, 성결교회라는 이름만이라도 보존하기 위해 ‘악역’을 감당한 것이기에 친일인사라는 딱지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깊은 고뇌에 대한 흔적과 기록이 명확하지 않아 깔끔하게 반박하지 못함이 안타깝지만 그들이 한 행위가 결코 개인만의 것으로 돌리는 것은 잘못이다. 성결교회의 잘못을 두 분에게만 덧씌워서는 안 된다.

인명사전 편찬이 두세 달 남았고 이미 원고의 70%가 완성된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빼달라고 말하기에 우리의 가슴 한 곁에서 미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안타까움 속에 지켜보기만 할 수도 없다. 남은 것은 우리의 결단이다. 친일이라는 딱지는 성결교회의 몫이지 두 분 개인에게 붙여야 할 것이 결코 아님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역사 속에 부끄러운 후진들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과감한 고백이 필요하다. 과거 역사 속에서 행한 성결교회의 친일적 태도를 인정하고 친일사전 속에 남아야 할 것이 지도자 두 명의 이름이 아니라 성결교회이며, 한국 기독교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들은 교단을 대신해 고난의 십자가를 진 분임을 역사 속에 정확히 남기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역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의 경각심을 높이고 후대에 바른 신앙교육의 표본으로 삼아야 한다.

해방 후 교단을 대표했던 이명직 목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교단의 공직을 맡지 않는 것으로 대신했다. 변명이라도 했을 법한데 그는 과거의 모든 잘못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고 다른 사람들이 교단을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자신의 책임을 떠안은 것이다. 그분을 성결교회의 사부로 여기는 지도자들의 응답이 오늘 필요하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