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새날이 올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장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장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백기완의 시 한 부분을 황석영의 노랫말로 바꾸어 김종률이 곡을 붙여 ‘임을 위한 행진곡’이 탄생되었다.

▨… 노무현 전대통령과 ‘노사모’의 사람들이 청와대에서 술잔을 높이 들며 노래부르는 바람에 모두가 아끼던 노래에 때가 끼었더랬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청와대 같은 곳에서 불려질 노래가 아니었다. 손에 손에 술잔을 들고 부를 노래는 더더욱 아니었다. 1980년 이후의 대학생들은 안으로 안으로 눈물을 삼키며 이 노래를 불렀었다. 노동자의 노래였지만 5.18의 광주를 떠올리며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으로 이 노래를 불렀던 것이다.

▨… 5.18광주민주화운동으로 그 생명을 민주화의 제단에 바친 사람들이 광주 국립5.18묘지에 묻혀 있다. 2007년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를 162명으로 발표했지만 민주항쟁의 뒤안길에서 이름도 없이 죽어간 사람들, 영원히 행방불명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실상은 파악해낼 길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오늘의 민주화의 밑거름이었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 민주화의 제단 앞에서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으로 머리를 조아려야할 사람들이 목숨을 바친 이들의 이름과 열매를 도적질한다. 군부독재를 향해서는 눈 한번 흘기지 못한 사람들이 목청껏 정의를 외친다. 정치판 뿐이랴. 권력에 기생하고 아부하던 체질들을 남김없이 십자가에 못박아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교단안에서 정의를 찾는 소리가 청와대에서 들리던 임을 위한 행진곡만큼 시끌벅적하다.

▨… 광주5.18민주화운동 30년이다. 문준경순교기념관도 좋고 서울신대개교100주년도, 2030프로젝트, 성령운동 다 좋다. 그 전에 교단차원에서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을 이제는 고백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나치에 대해 눈감았던 죄를 고백했던 독일개혁교회처럼. 정의구현의 외침, 성령운동의 부르짖음은회개 없이도 가능한 것인가? 마침 총회도 광주 인근에서 열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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