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가정을 수용하라1- 이주여성 존중 · 문화이해 필수

 우리사회 가정의 구성과 형태는 보다 세분화된 새로운 '가정'의 분류로 이미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외국인과의 결혼으로 이뤄지는 '다문화가정', 혈연에 목메는 낡은 사고를 버리게하는 '입양가정', 이혼 · 사별의 어려움을 겪어낸 '한부모 · 재혼가정' 등 그 형태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저출산 · 고령화시대 우리 앞에 놓여진 새로운 가정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편집자 주>

 

다문화가정, 전체혼인 건수의 11.9%

지난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통계청에 따르면 국제결혼을 통해 우리나라에 정착하는 사람은 2006년 3만9000명으로 전체 혼인건수에 11.9%에 해당하는 수치다.
농촌마을에서 만나는 큰 눈에 짙은 피부색을 가진 베트남, 필리핀 등지에서 온 결혼이주여성들은 더 이상 낯선모습이 아니며 다른 민족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국제결혼을 통해 이룬 다문화가정이 농촌의 현실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 말했듯 ‘한국은 더 이상 단일민족국가가 아니다'라는 말이다.
한국여성개발원에 따르면 현재 추세대로라면 2020년에는 한국 남성과 외국인 여성이 이룬 가족이 전체 한국 가족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제 다문화가정과의 동거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국인의 편견과 우월의식은 여전

그러나 국제결혼을 통한 다문화가정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사회는 여전히 배타적인 단일문화 의식에 갇혀 ‘문화차이’를 ‘열등함’으로 여기는 편견을 갖고 있다.
한국이주여성센터 인권센터 권미주 상담팀장은 “남편들이 외국인 아내를 돈을 주고 사왔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돈을 주고 부인을 사왔고 내 소유물이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외국인 아내를 ‘돈주고 산’ 물건 취급을 하거나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무시하며 폭력을 휘두르는 한국인 남편들의 이야기는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 6월에는 결혼한 지 6개월도 안된 스무 살의 베트남 새댁 후인마이 씨가 40대 남편에게 맞아 갈비뼈가 열여덟 개나 부러진 채 숨지기도 했다.

언어소통의 어려움도 커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언어소통의 어려움을 먼저 해소하여야 한다. 이주여성인권센터 상담코너에서 “언어 소통이 안되 작은 문제도 오해로 빚어 큰 싸움으로 번지고 결국 폭력이 나오게 된다”는 고민이 연일 등장하고 있다.
특히 가족들과는 대화가 되는데 밖에 나가면 한국말을 못 알아 들어 자신감이 생기지 않고 전화통화의 경우 더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 베트남 출신 여성은 “시집온 지 3년이 넘었지만 남편과 시어머니가 집 밖에 나가는 것을 아주 싫어해 한글교실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며 “TV드라마가 가장 좋은 한국어 선생님”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족들의 지원 없이는 결혼이주여성들의 한국어 실력 향상은 거북이 걸음일 수밖에 없다.

자녀교육의 문제는 더 급해

언어소통의 문제는 자녀교육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결혼가정 자녀는 4만4258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취학연령 중 75.5%만 학교에 재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엄마가 한국어가 서툴다보니 아이들도 자연스레 말이 늦게 터지고 교육수준도 떨어져 학교 다니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팔루따(필리핀) 씨는 “식구들과 대화가 안되어 답답한 것도 있지만, 자녀 교육문제도 포함된 만큼 언어를 배우는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안산시, 구리시, 남양주시, 수원시 등 각 시군에 설치된 외국인이주센터를 이용하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엄마와의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경우부터 간단한 단어조차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언어적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학교에서 ‘왕따’를 겪으며 한국인이라는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청소년 정책연구원이 2006년 12월부터 4개월간 전국 다문화 가정 청소년 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다문화 가정 청소년 43.3%가 자신이 외국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전체의 20%가 ‘외모나 이름 때문에 놀림과 따돌림을 받았다’고 답했고,  ‘사회적 편견과 차별 때문에 생활하기 힘들다’는 답변도 16.7%로 나타났다.
다문화 가정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문제들을 개인이나 부부, 가정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다문화 가정 문제는 지역사회와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관심과 지원,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배우자 나라 언어·문화 교육 필수

하지만 무엇보다 가족들 간에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언어를 배우기 위한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이주 여성에게 한국인임을 강요하기 보다 그들과 서로 호흡하며 살아갈 때 서로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서로를 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한국염 목사는 “다문화가정을 건강한 가정을 꾸리려면 이주여성들에게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강요할 게 아니라 온 가족들이 함께 서로의 문화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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