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가장 큰 비극인 6.25 전쟁 발발 70주년이 다가온다. 한국전쟁 기간 동안 교회 안에서 수많은 성도가 끝까지 신앙을 수호하려다 순교했다. 특별히 우리교단은 한국전쟁 중에 다른 교단에 비해 더 많은 순교자가 나왔다. 문준경 전도사를 비롯해 165명이 6.25 전쟁 기간에 순교의 피를 흘렸다.

그들의 삶의 궤적에는 죽음으로써 교회와 신앙을 지키겠다는 열정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이렇게 자신의 생명을 바친 순교자의 삶은 지금의 성결교회를 있게 한 근간이며 우리의 긍지이다. 성결교회가 복음의 뿌리를 깊이 내리고 지금의 선교적 결실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의 순교 덕분이다.

하지만 순교의 선혈을 물려받은 우리가 얼마나 선조들의 순교 정신을 기억하면서, 순교자적 자세로 살아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우리는 이 거룩한 순교자들을 기억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기채 총회장이 첫 공식 행사로 순교자를 추모하고 기리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한 총회장은 6.25전쟁 발발 70주년을 앞두고 목회 서신에서 교단의 순교자와 납북자 165명을 일일이 기명했다.

또 제114년 차 총회 임원들과 함께 6월 23~24일 순교지를 순례한다고 밝혔다. 6월 24일에는 전남 신안군 증도에 있는 문준경전도사 순교기념관에서 ‘총회장 헌신예배’도 드린다. 이는 위대한 신앙 선배들의 모습을 다시 새겨보고자 하는 숭고한 결의이며. 우리 역시도 그 선배들처럼 하나님 앞에 아름답게 헌신하고자 하는 거룩한 열망의 발로라고 할 수 있겠다. 순교신앙으로 오늘의 교회에 닥친 여러 어려움을 헤쳐 가겠다는 의도도 엿볼 수 있다.

현재와 미래는 언제나 과거에서부터 출발한다. 우리는 역사를 기념함으로써 과거의 전통을 오늘에 되살릴 수 있다. 그래서 순교자들의 의로운 삶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한 한 총회장의 의도를 교단 내에 다시 한번 순교 정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총회장의 순교지 순례와 순교지에서의 헌신예배는 단순한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순교자의 삶과 정신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통해 그런 것들을 우리의 신앙과 삶에 내면화하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 그래야 가정이건 직장이건 일상에서 그리스도의 진정한 증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

한 총회장이 순교지에서의 헌신예배에 농어촌교회에서 장기근속한 목회자 114명을 초청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평안과 안락을 뒤로하고 복음의 험지에서 자신을 던져 복음을 증거해 온 농어촌교회 목회자들을 기억하자는 의미가 있다. ‘피의 순교’ 시대는 끝났다 하더라도 우리가 계속 걸어야 할 순교의 길이 있기 때문이다.

영적 전쟁 시대에 우리가 모두 순교의 길을 걸어야 한다. 비록 총칼의 위협은 없지만, 일상에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반하는 것을 거부하고, 희생과 손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하나님 앞에서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 15:31)라고 고백해야 한다.

순교신앙이야말로 오늘날 교회가 지닌 여러 어려움을 해결할 방안이다. 6.25 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하나님 앞에서 바른 족적을 남긴 신앙 선배들의 모습을 살펴보고 우리 역시도 그런 모습으로 살겠다고 다짐해야 한다. 순교자의 피와 그의 삶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되살려 삶으로 증언함으로써 복음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현대사의 질곡 속에서 꿋꿋이 신앙을 지켰던 순교자들의 숭고한 삶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큰 메아리로 전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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