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약성경 66권, 목판에 새겨

포항교회(권영기 목사)를 섬기는 최일환 안수집사(사진)는 4년 여에 걸쳐 성경 66권 전체를 목판에 필사해 교계에서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그는 직사각형, 십자가, 원통형 등 다양한 모양으로 재단한 목판에 깨알 같은 글씨로 구약과 신약의 성경을 필사했다. 놀라운 것은 66권으로 이뤄진 성경을 한권씩, 66개의 작품에 담았다는 점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작품들을 가까이서 보면 자연스레 입이 벌어진다. 멀리서 보면 작은 점처럼 보이는 깨알 같은 말씀이 여백을 찾기 힘들 정도로 작품 전체에 고르게 필사되어 있다.  

이는 그냥 쓰기도 힘든 목판에 말씀을 빼곡히 채우기 위해 얼마나 철저한 준비와 계산이 필요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필사를 할 때 유성 네임펜을 쓰는 데 연습에만 6개월이 소요됐다. 

“십자가 목판에 깨알같이 기록된 말씀을 보고 다들 놀라시는데요. 제 힘으로 절대 쓸 수가 없어요. 성경필사를 하면서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하나님께서 필사를 하게 하시는데, 똑같은 작품이 하나도 없이 매번 다른 작품을 만들게 되었지요.”

기독교방송국이나 교회 전시회에서 최 집사의 목판성경필사를 보는 관람객 대부분은 놀라운 정도를 넘어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목판에 글씨를 기계로 인쇄한 것이 아니냐”며 필사를 의심하는 관람객도 많다. 깨알 같이 써넣은 글씨의 간격과 크기가 동일하고 기계로 새긴 것처럼 너무 정교하기 때문이다.   

최 집사가 목판성경필사를 시작한 데는 신앙적 계기가 있다. 간판업을 하면서 목공예가 취미였던 그는 평소 나무십자가를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을 하곤 했다. 하지만 이때는 교회를 다니긴 했지만 영적으로는 메말라 있었다. 말 그대로 종교생활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던 어느 날 뇌출혈로 병원에서 긴급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병상에서 회복을 기다리던 중 살아계신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 마치 용광로 속에서 몸이 녹아내리듯 뜨거움을 느꼈다. 침상에서 “할렐루야”를 외치고 밤새 울며 기도했다. 몸과 마음의 치유가 일어났다.

병원에서 퇴원해 집에 있는데 “나를 위해 네가 가진 달란트를 써보지 않겠냐”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전에는 내 자랑 하듯, 나무십자가를 만들었는데 이제는 주님의 영광을 위해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때 어느 목사님이 성경필사를 접목해 볼 것을 권유해 목판에 성경을 쓰게 됐다. 

그렇게 목판필사를 시작해 사도행전 1장부터 28장까지 20일만에 첫 작품을 완성했다.

사도행전 목판필사를 완성한 후 성경 전체를 필사하고픈 거룩한 욕망이 일었다. 매일 간판업을 마치고 2시간, 새벽기도 마치고 1시간, 하루 3시간 씩 6개월 간 필사에 집중해 신약성서를 마쳤다. 이후로도 최 집사의 목판필사는 계속 이어져 4년 여 후 성경 66권 전체를 새긴 거대한 프로젝트가 완성됐다.

최 집사의 목판필사 작품들은 지역 기독교방송국이 주최한 성경필사 전시회에서 대중들에게 공개돼 뜨거운 반응을 불러왔다.

이후 전국의 교회와 기독교박람회 등 곳곳에서 전시회를 열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입하고 싶다는 문의도 수차례 받았다. 그러나 최 집사는 무료 전시회를 조건으로 작품을 빌려줘도 판매는 한사코 사양했다. 자칫 목판필사가 상업적인 목적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최 집사는 포항교회에 성경필사반을 운영하는 등 이제는 성경필사 전도사 되어 많은 성도들이 성경필사에 도전하는 데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제 마지막 꿈은 동해안 영일만에 성경필사학교를 짓는 일입니다. 성경필사를 전문적으로 가르쳐 다시 말씀으로 부흥하는 한국교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포항 지역의 목사님과 성도님들이 많이 도와주시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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