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사람을 그의 손에 넘기면

이성훈 목사
기독교인이라면 한 번쯤은 가져보았을법한 질문이 있습니다. ‘성경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하는 고민입니다.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입니다. 신약은 물론 구약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약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다’ 하는 것은 마치 영화의 예고편과 본편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영화의 예고편을 보면 본편에 대한 이해를 어느 정도 가질 수 있습니다.

구약성경은 예수님을 보여 주는 예고편입니다. 그래서 구약성경을 잘 이해한다는 말은 본편인 예수 그리스도를 얼마만큼 이해하느냐 하는 말과 동일시 되어야 합니다. 구약의 역사적 내용, 이야기, 시(詩), 지혜등 모두 할 것 없이 이 가운데서 어린 시절 보물찾기 하듯 예수님을 잘 살피며 읽어내야 합니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았기에 살인은 그 형상을 파괴한 죄일 뿐 아니라, 하나님의 소유인 생명(피)을 인간이 빼앗는 일이므로 피로써 되갚는다는 의미에서 죽음을 면치 못합니다.(창 9:6) 그래서 성경은 고의적 살인에 한해서 피해자에게 살인으로 복수할 권리를 인정합니다.(출 21:12)

그런데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점이 있습니다.(출 21:12~13) 12절 “사람을 쳐죽인 자는 반드시 죽일 것이나”, 13절 “만일 사람이 고의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나 하나님이 사람을 그의 손에 넘긴 것이면 내가 그를 위하여 한 곳을 정하리니 그 사람이 그리로 도망할 것이며”라고 한 부분입니다.

‘나 하나님이 사람을 그의 손에 넘긴 것이라면’(히. 베하엘로힘 인나 레야도)이라고 하는 내용 때문입니다. 분명히 12절은 사람을 고의로 죽인 경우에 해당하는 처벌입니다. 곧 죽음이었습니다. 반면에 13절은 그 맥락상 고의가 아닌 비(非)고의로 사람을 죽였을 때의 경우를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을 하나님이 사람을 ‘그의 손에 넘기면’(히. 인나 레야도)이라고 표현을 하였다는 점입니다. ‘넘기면’이라고 번역한 히브리어의 ‘인나’는 말은 ‘넘기면’이라는 해석보다는 ‘생겨나게 하다’로 해석하는 편이 훨씬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이는 국어로 표현하자면 ‘~을’에 해당하는 목적격 접미어가 없어서 목적어로 반드시 ‘사람을’이라고 볼 이유는 없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국어성경에서 ‘사람을 그의 손에 넘기면’이라고 해석했으나 목적어가 없는 이상 ‘하나님께서 그것이 일어나게 하셨다’로 번역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따라서 NIV는 이 부분을 ‘God lets it happen’이라고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문맥상 ‘비고의로 일어난 일’을 “하나님이 일어나게 하셨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비고의로 일어난 일은 하나님이 섭리하셔서 일어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이는 하나님의 속성상 전혀 가당치 않은 해석입니다. 이 보다는 비고의로 일어난 살인에 대해서도 해결 역시 하나님께 달려 있다는 말로 보아야 합니다.

그 해결이란 “… 내가 ‘하나님이’ 그를 위하여 한 곳을 정하리니”(출 21:13) 그 곳, 즉 도피성으로 도망을 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살인에 대한 복수살인의 악순환을 예방하기 위함은 물론, 그 비고의로 저질러진 살인 죄에 대해서도 하나님이 책임지시겠다는 의미입니다.

죄의 오물로 더럽혀진 나 자신을 볼 때마다 죄의 삯은 사망이구나 하는 말이 실존적으로 다가옵니다. 세상 그 어떤 것으로도 죄의 문제는 해결 될 수 없습니다. 비고의로 살인을 범한 사람을 위해서 책임을 지실 수 있고 또 충분히 그 의지가 있으신 예수 그리스도만이 나의 구원의 문제를 해결하셨습니다. 이는 제가 십자가의 능력되시는 예수님을 믿고 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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