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인간은 자아우상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근본적으로 예수의 해방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그 예수에게 완전한 자리를 비워주지 않는 자아가 아닌가, 만일 예수에게 자유를 드리고 내 안에서 일할 수 있게 한다면, 해방하실 그분을 내 안에서 해방시켜 드린다면, 그것이 진정한 해방의 길이 아닌가 합니다.” 이제는 고인이 된 김수환 추기경이 기독교사상 1981년 12월호에서 밝힌 진정한 해방의 길이다.

▨… 늘 예수가 내 안에 갇혀있게 만들고 있음을 부끄러워한 김 추기경은 자신의 모순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가까운 사람들이 모처에 철거민 이주촌을 건설하고 거처를 마련해줬지만 “공동화장실이 너무 불편해서 한 번도 잠을 자고 오지 않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조선일보) 가난한 사람들 속에 들어가 살아야겠다고 생각은 했으면서도 용기가 없어서 그러지 못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동아일보)

▨… 인간으로서의 나약함을 굳이 감추려하지 않은 그이지만 유신체제의 시퍼런 칼날 앞에는 의연히 맞섰다. 명동성당 기도회에서의  신앙고백은 흉내낼 수 없는 용기였다. “시민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방해하고 탐욕과 정치범의 희생자를 격증시키며 공동선을 위하지 않고 당리나 집권층의 이익만을 위해서 권리를 남용하는 정치 형태를 배제하고, 하나님의 자녀로서 자유를 누리기 위하여 죄를 끊어 버립니까?”

▨… 누군가 그에게 물었다. 5, 6개 외국어를 유창하게 한다는데 사실이냐고. 그의 대답은 신문에 그렇게 났었는데 거짓말 일 뿐, 유창하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마치 성직자에의 길은 솔직함이라는 듯 철저하게 자신을 가리우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말했다. “내가 갈 길, 내가 할 일, 내가 처한 환경은 하느님의 뜻에 달려 있다고 믿고 기다리며 살았습니다.”

▨… 그의 선종 소식을 들으며 어느 노 목사가 말했다. “영성이라는 말은 아무래도 우리 보다는 천주교 쪽에 더 어울리는 것 같아.” 한 번도 군사독재에 맞서보지 못하고 한 번도 광주의 넋들 앞에 부끄러워해본 적이 없는, 아니 자신에게 솔직해본 적이 없는 이들이 말하는 사랑은, 정의는, 영성은 도대체 어떤 색깔인가? 우리 교단에도 마음으로부터 사랑할 수 있는 어른이 있었으면, 괜한 욕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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