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전을 건축한지 1년 만인 55세에 뇌졸중으로 목회를 접고 투병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신앙을 가졌지만 미숙한 탓으로 아픔과 외로움과 지루함을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얼굴이 일그러져 누가 찾아오는 것도 싫었고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는데 어느 날 요한복음 1장12절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그 후로는 얼굴이 볼품없어도 나는 하나님의 자녀라는 마음이 들면서 외모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움을 얻게 되었습니다.”

▨… 이 글은 4반세기 넘는 세월을 투병하면서도 살아있음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하던 고 김무경 목사가 생전에 남긴 글을 애오개자가 정리한 것이다. “힘들고 위태롭지만 교회를 다닐 수 있고 왼손이라서 불안정하고 느리기는 하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무한히 감사합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의 글에 조금 부끄러워지는 목사는 없을까.

▨… 서른여섯의 나이에 대장암으로 두 아이와 남편 곁을 떠나야 했던 샤롯 키틀리(Charlotte Kitley)는 죽음 직전에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글로 세계인의 가슴에 살아있는 여인이 되었다.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고 22개월 살았습니다. 그렇게 1년을 보너스로 얻은 덕에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 첫날 학교에 데려다주는 기쁨을 품고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 손으로 삶을 꼭 붙드세요. 여러분이 부럽습니다.”

▨…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 “그대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내일이다”라고 살아있는 사람들이 조금은 미안해할 수밖에 없는 말을 남겼다. ‘눈물이 나도록 오늘을 살아야’할 이유를 밝혀 에머슨을 떠올리게 해준 키틀리는 동시에 55세의 나이에 뇌졸중으로 목회를 접어야 했던 목사의 “신앙을 가졌지만 미숙한 탓으로”라는 고백에 귀 기울이도록 깨우쳐준다. 내일이 하나님의 영역임을 깨달은 사람들은 내일 앞에 이토록 겸손하다.

▨… 가난을 명예로 알고 감내해온 성결인 목회자들의 은퇴 후의 삶 또한 가난일 수 밖에 없음은 교단의 무관심 탓일까, 아니면 성결인 목회자들이 가야할 숙명의 길 탓일까. 이 길과 키틀리의 길 또 뇌졸중을 겪은 어느 목사의 길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성결인 은퇴목사들은 키틀리처럼, 뇌졸중 가운데서 감사를 고백했던 어느 목사처럼 오늘도 이 숙명의 길을 가고 있다. 교역자 공제회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하심만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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