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한국교회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수준이다. 10명 중 2명 만이 한국 기독교를 신뢰한다는 조사결과가 또 나왔다. 기독교가 봉사활동을 많이 하고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종교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1월 20~21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리서치에서 나온 결과다.

기독교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20.2%)는 9년간 제자리걸음이다. 불신도는 절반을 넘었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1.2% 였다. 총 다섯 차례 조사가운데 이 비율이 절반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독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부정적 평가가 앞섰다. 현 시국과 관련 ‘역할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22%에 그쳤다. 반면 현 시국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무려 72.4%에 달했다. 가장 신뢰하는 종교 역시 천주교(32.9%), 불교(22.1%) 기독교(18.9%) 순이었다. 사회적 소통과 사회통합에 대한 기여 등 사회적 역할에서도 40%를 밑돌았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도 이런 자료를 발표하기 보다는 차라리 숨기고 싶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라는 기독교가 이 모양이니 통탄할 노릇이다. 국민 둘 중 한 사람조차 기독교를 믿지 못하고 있다면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되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위안거리는 10년 후 우리나라에서 가장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교로 40.3%가 기독교를 응답해 전망이 가장 밝았다. 또 사회봉사 활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하는 종교(36.2%)로도 꼽혔다. 

이렇듯 봉사 활동과 성장 가능성은 최고인데 왜 신뢰도는 ‘낙제점’일까.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교회가 불신을 받는 주요 원인은 불투명한 재정 사용(26%)으로 꼽혔다. 신뢰회복을 위해 개선해야 할 사안으로 목회자는 ‘윤리 도덕(49.4%)’, 기독인은 ‘정직하지 못함(28.3%)’으로 드러났다. 이러니 신뢰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건 조직이건 신뢰도는 흥망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소이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교회는 무덤이나 다름 없다. 복음을 전해도 듣지 않고 전도를 해도 관심이 없게 된다. 종교에 의지하겠다는 희망을 포기하고 교회를 떠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볼 때 한국교회는 신뢰도를 높이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교회에 대한 총체적 불신을 털어 내는 방책은 하나뿐이다. 어떻게든 기독교의 본질을 회복하는 일이다. 초기 한국교회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독교가 선교 초기에는 비록 숫자는 적고 힘도 약했지만 사회적으로는 신망이 두터웠는데, 지금은 어찌 이리도 참담한 결과가 초래됐는가를 점검해야 한다.

사회적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인위적이고 인기영합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도덕 윤리성을 회복하도록 각자의 신앙과 삶을 돌아봐야 한다. 한국교회를 이 지경으로 이끌어 온 목회자와 지도자들이 먼저 재를 쓰고 통탄하며 회개해야 한다.

한국교회 성장의 주동력은 목회자들의 열정과 희생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교회 자랑이기도 한 그 동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현대인들은 성경의 진리를 말보다 실천으로 보여주는 성직자, 독선과 권위를 버리고 섬김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종교인을 더 신뢰하는데 과연 오늘날 목회자는 그 길을 걷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교회가 좀 더 낮은 자리에서 세상에 봉사하는 교회가 되고, 목회자들이 좀 더 섬김의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는 높아 질 것이다. 교회가 말로만 혁신을 외칠 뿐, 스스로 분명한 존재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조만간에 존폐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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