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순간 하나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엔도 슈사쿠 '침묵' 원작
마틴 스콜세지 감독 “각색만 15년”

일본의 대문호이자 기독교인인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작품이다. ‘침묵’은 고통당하는 인간들이 기도하며 부르짖을 때에도 침묵하는 신에 대한 인간의 반응을 다룬 작품이다. 인간 본연의 두려움과 의심을 다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 ‘침묵’은 연극으로도 만들어져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할리우드의 명감독 마틴 스콜세지가 이 소설을 원작으로 찍은 영화 ‘사일런스’가 지난 2월 28일 개봉했다. 스콜세지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에비에이터’ 등을 연출해 흥행과 작품성 모두 인정받아온 감독이기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나 “나의 정체성은 기독교인”이라고 고백해 온 스콜세지 감독이 일본 내 기독교인이 30만 명까지 치솟았다가 핍박으로 그 수가 곤두박질치는 현장을 꼼꼼한 연출력으로 생생하게 그려냈다. 스콜세지 감독은 소설 ‘침묵’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바로 판권을 구입하고 15년 동안 각색을 위해 고민했다고 한다. 감독 스스로가 “이 영화는 흥행을 위해서 찍지 않았다. 내가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았다”고 말할 정도이다. 거기에 리암 니슨, 앤드류 가필드, 아담 드라이버, 아사노 타다노부 등 미국과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력이 극에 흡입력을 더한다. 159분의 러닝타임이 생각보다 짧게 지나간다.

영화는 17세기, 실종된 스승 페레이라 신부를 찾고 일본에 복음을 전하고자 로드리게스 신부와 가루페 신부가 어렵사리 나가사키 땅을 밟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두 선교사는 스승을 찾는 과정에서 몇 몇 마을에 들러 현지 성도들과 함께 예배드리며 핍박 속에서도 신앙을 이어가는 이들에게 희망의 증거가 되어준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기독교 핍박은 극으로 치닫고, 눈앞에서 현지 성도들이 줄이어 순교하는 것을 바라보며 로드리게스 신부는 피눈물 흘리며 하나님 앞에 울부짖으며 기도한다. 이에 더해 일본 정부는 로드리게스 신부를 붙잡아 ‘당신이 배교하면 성도들을 살려주겠다’고 협박한다. 로드리게스 신부는 끊임없이 절박하게 하나님을 찾지만 응답을 받지 못하고, 사랑하는 성도들을 위한 자신의 선택을 내리게 된다.    

바로 그 때 로드리게스 신부가 ‘배교’하려는 순간 ‘하나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앉아서 기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닌 믿음으로 무엇인가 행동에 나섰을 때 비로소 하나님의 응답을 느낄 수 있다는 메시지일까.

영화 ‘침묵’에는 신앙인들이 제기할 수 있는 의문점들이 있다. 먼저 그리스도와 성경 속 인물이 그려진 성화를 발로 밟는 것 자체가 ‘배교’로 비춰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성화나 성상을 인정하지 않는 개신교 기독교인들이 보았을 때에는 피상적인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지우기가 쉽지 않다.

또 두려움에 대한 인간의 모습 자체에 집중하는 작품이기에 하나님의 말씀이 없는 기독교 영화로 보이기 쉽다. 신부들은 성도들 앞에서 예배를 집전하며 성구를 읊지만 성도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지는 않는다. 신부들과 성도들은 일상 생활에 필요한 대화도 서로 나누기 힘들 정도로 소통이 되지 않는다. 성도들은 라틴어로 예배를 집전하는 신부들의 ‘목소리’는 듣지만 그 안에 담긴 복음의 의미를 얼마나 이해하는지는 영화만을 통해서 알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난 속에서 기도하며 ‘하나님의 침묵’을 느껴본 이라면 등장인물들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이야기를 통해서 각자 느끼는 감정과 교훈이 다 다르듯이, 영화 ‘사일런스’는 누군가에게는 ‘진리에 다가서기 위해 고통에 몸부림치는 신앙인의 이야기’로, 또 누군가에게는 ‘다른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시킨 이야기’로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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