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000원 씩 모아 기부한 할머니
1억5000만 원 어려운 이웃에 헌납한 ‘김달봉’ 씨 등
얼굴없는 기부천사 소식 잇달아 나눔 희망온도 높여

▲ 2016년 구세군 자선냄비 시종식.

‘기부 한파'란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기부 온도가 예년에 비해 낮다. 그러나 올해도 얼굴 없는 기부천사들의 소식이 잇따르며 조금씩 온도를 높여가고 있다.

거액은 아니지만 365일 매일 1000원 씩 모아 이웃을 위해 헌납한 할머니, 아무 흔적도 없이 거액을 기탁한 기부자, 이름 석자만 남기고 거액을 투척한 남성 등 사례도 다양하다.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 서 있는 사랑의 우체통에서 어느날 아침 흰 편지봉투 하나가 발견됐다. 현금 500만 원이 들어있던 봉투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올 연말 첫 익명의 기부금이었다. 아직도 이 기부자가 누구인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이후 얼굴없는 기부자들의 따뜻한 기부가 잇달았다. 최근 인천 동구청에 ‘김달봉’이라는 이름 석 자만 남긴 채 구청과 자선단체를 돌며 1억5000만 원의 거액을 기부한 기부천사가 나타났다.

구청에 들어와 ‘홀몸 노인과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 달라’며 건넨 종이가방 안에는 현금 5000만 원이 들어 있었다. 신원을 알려달라는 요청에도, 이 남성은 ‘김달봉’이라는 이름 석 자만 남긴 채 사라졌다. 인천의 또 다른 구청 2곳에도 5000만 원씩이 김달봉이라는 이름으로 기부금이 전달됐다. 같은 기부 방식과 금액, 같은 이름을 쓰며 남긴 필체로 볼 때 동일인인 것으로 보인다.

이 남성은 앞서 10월 말에도 한 구호단체에 ‘김달봉’이란 이름으로 현금 1억 원을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달봉 씨의 총 기부액은 2억5000만 원에 이른다.

얼마 전 경기도 파주의 한 면사무소에는 누군가 쌀 150포대를 놓고 사라졌다. 벌써 5년째 이어지는 쌀 기부에, 익명의 기부자를 찾기 위한 소동이 올해 또 벌어졌다. 그러나 배달업체마저 입을 굳게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쌀을 건네받은 이웃들은 올해도 고마운 마음 표현을 가슴에만 담았다.

▲ 매일 1000원씩 모은 할머니의 기부금
구세군의 자선냄비에도 연말 온정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2월 9일 전주 완산구 자선냄비에 특별한 기부금이 담겨졌다. 70대 할머니가 하루 1000원 씩 365일 모아 자선냄비에 기부한 것이다. ‘억’ 소리 나는 세상이지만 두툼한 하얀 봉투 3개에 나눠 담긴 40만 원은 세상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구세군(사령관 김필수)은 70대 할머니가 365일을 꼬박 모은 40만 원의 기부금을 자선냄비에 넣고 자리를 떠났다고 밝혔다. 인적사항은 남겨놓지 않았다.

9일 오후 3시쯤 전북 전주 완산구에 설치된 자선냄비 앞. 한 할머니가 자선냄비 앞으로 다가오더니 가방에서 두툼한 3개의 흰 봉투를 꺼냈다. 자선냄비에 넣으려 했지만 봉투가 두꺼워 잘 들어가지 않았다. 도움을 주러 가보니 2개의 봉투엔 1000원짜리 지폐가 담겨 있었고 나머지 봉투엔 500원짜리 동전이 담겨 있었다. 돈을 꺼내 다른 봉투에 나눠 담는 동안 할머니는 작은 목소리로 “하루에 1000원씩 1년 동안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3개의 봉투에는 36만5000원 보다 조금 많은 40만 원이 들어 있었다.

작지만 큰 사랑에 감격해 인적사항을 물었지만 할머니는 부끄럽다며 자리를 피하려 했다. “아름다운 선행의 모습을 남기고 싶다”고 졸라 옆모습만 겨우 두 장의 사진에 담았다.

김규한 구세군자선냄비본부 모금본부장은 “할머니는 매일 어려운 이웃들을 생각하며 돈을 모았을 것”이라며 “할머니의 마음을 생각하면 하루 1000원씩 모은 이 돈이 세상에서 가장 큰 기부금”이라고 말했다.

한편 구세군은 오는 31일까지 전국 76개 지역 400여 곳에서 자선냄비 모금활동을 펼친다. 구세군은 올해 기부금 목표액을 130억원으로 잡았다. 11~12월 집중 모금 기간에만 75억8000만 원을 목표로 세웠지만 예년에 비해 기부 액은 적은 편이다.

현재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도 12월 19일 20도를 간신히 넘겼다. 사랑의 온도탑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올해 목표한 모금액 3588억 원의 1%가 모금될 때마다 1도씩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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