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2일은 한국 근대사에 있어서 ‘시민혁명의 날’이다. 어린아이로부터 7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국에서 무려 100만 명의 소시민들이 중앙청 광장에 모여 꼭두각시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며 비폭력과 문화축제로 국민적 분노를 승화시킨 혁명적인 날이다.

국민들의 분노는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최태민 일가의 국정농단에 있다. 박근혜 정권은 겉으로는 문화융복합을 외치며 기업체를 압박하여 출연금을 갈취하고, 스포츠, 문화, 교육, 경제 등 국정 전반에 걸쳐 인사와 재정을 장악하여 전횡을 일삼았다. 또 국가 이권사업에 개입하여 국가재정을 부정축재하며, 자신들의 불의에 침묵하지 않는 소수의 사람들을 제거하는데 앞장섰다.

이에 결탁한 탐욕적 인사들에 의해 국정이 농단되고, 드디어는 국기문란 사태에 이르러 국민의 삶은 피폐해지고 온 국민을 참담함 속에 빠트리고 말았다. 어찌 통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정작 이런 국정혼란의 근본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영세교 교주였던 최태민의 사이비 종교행각과 비리, 그리고 전통문화라며 혹세무민하는 사이비 주술가들이 국정농단의 주도세력이라는 사실이다. 세계국가들이 일류국가를 지향하던 한국을 향해 ‘21세기 첨단과학 시대에 떠오르는 샤머니즘 국가’라며 비웃음거리로 삼을 정도로 국격의 추락을 가져온 이 현실을 보고만 있겠는가?

한국사회는 주술지배 사회, 곧 열등한 원시사회로 퇴보하고 말았다. 대통령 취임식에서 보았던 오방낭은 동서남북 우주의 기운을 모아 담는 것이고, 국회에서 신년행사로 굿 푸닥거리를 하며, 국가안전처 장관 내정자로 47번이나 환생하고 죽은 전봉준을 만났다는 인물이 지명되고, 대통령이 입는 옷 색깔조차 사주와 궁합을 고려하여 정했다고 한다. 국가의 운영 주체들이 합리적 이성을 저버리고 사이비 주술에 매달리면 그 국가의 운명은 어떻게 되겠는가?

오늘의 불행한 이 사태를 해석할 열쇠는 최태민이다. 1973년 5월, 그는 충남 대전에서 ‘원자경’이란 이름으로 불교와 기독교, 그리고 천도교를 혼합한 ‘영세교’를 만들어 교주가 되었다. 그는 자신을 영세계의 조물주가 보낸 ‘칙사’(메신저)라며 ‘영세계원리’라는 특이한 주술법을 가르쳤다. 그것은 둥그런 원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나무자비 조화불’이라는 주문을 외우면 영혼합일하여 치병되고 도통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최면술이다. 그의 신통력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작은 무속집단을 이루었고, 스스로를 ‘태자마마’, ‘미륵’이라 불렀다.

국가적 불행의 씨앗은 1975년 그가 육영수 여사를 잃은 영애 박근혜를 만나면서부터였다. 깊은 슬픔으로 혼란을 겪던 박근혜에게 편지를 보내어 “육영수 여사가 나타나 근혜를 도와주라”며 현몽(현몽이나 접신은 사이비 종교가들이 상대방을 통제하려고 흔히 사용하는 수법)했고, 자신에게 육 여사가 빙의되었다고 주장하였다.

1975년 3월 16일, 육영수 여사의 현몽 이야기에 감동한 박근혜가 최태민을 청와대로 불렀다. 최태민은 그 자리에서 육 여사의 표정과 음성을 그대로 흉내를 냈고, 놀란 박근혜가 기절했다고 한다. 이후로 박근혜는 최태민과 심정적으로 밀착되어 그의 지시를 따르는 관계가 되었다. 후일 최태민은 이 관계를 영적 부부라고 설명했다.

1975년 4월 10일, 그는 영세교주 신분에서 신학교육이나 목회경험이 전무한데도 대한예수교장로회 종합총회라는 유령교단에서 며칠 만에 뇌물을 주고 목사안수를 받아 기독교 목사가 되었다. 물론, 그는 그 교단에서도 쫓겨난 가짜 목사이다. 목사행세를 하던 최태민이 대한구국선교단 총재 신분으로 저질렀던 각종 이권개입, 횡령, 사기, 융자알선 등의 권력형 비리와 수많은 여성 스캔들이 중앙정보부 보고서에 담겨져 있어 오늘날 그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그뿐 아니라, 그가 영남대학교와 육영재단 등 사회복지 재단의 운영 주체로 들어서면서 벌어진 각종 비리는 오늘 한국사회를 엄청난 혼란으로 몰아넣는 단초가 되었다.

최태민의 가족들은 정통교회 신자라고 한다. 이들은 말씀보다는 이적을 좇고, 하나님 보다는 재물을 구하며, 낮아지기보다는 높아지려는 세속적 가치를 숭배하는 기복적이고 물신숭배적인 왜곡된 종교인들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설교 메시지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권력의 힘으로 존재가치를 높여보려는 모든 시도를 포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비통한 심정으로 참회하는 행동을 하나님과 국민들 앞에 보여주어야 세상에 희망을 주는 교회로 남을 수 있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