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소재·쉬운 접근으로 복음 메시지 전달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나니아 연대기’는 C.S.루이스가 기독교적 가치관으로 바탕으로 써내려간 훌륭한 소설이다. 기독교적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대중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아 출판된 이후 지금까지 폭넓게 읽혀지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루이스의 또 다른 저서인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또한 교훈과 재미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은 기독교 소설이다. 이웃나라 일본에도 엔도 슈사쿠의 ‘침묵’,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 등 인간의 원죄를 심도 깊게 다룬 소설들이 인기를 얻으며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어 있다. 지금까지 언급된 작품들 중 일부는 영화와 연극으로도 제작되어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대번에 떠오르는 기독교 소설이 없다. 그 이유로는 먼저 출판되는 기독교 소설의 양이 절대적으로 적음을 들 수 있다. 일반 출판 시장 내에서의 창작소설이 부진한 가운데 기독교 출판시장에서 내에서의 소설은 더욱 맥을 못 추고 있다. 한국기독교출판협회(이하 기출협) 최승진 사무국장에 따르면 기독교 출판시장에서 소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3%도 되지 않는다. 기출협이 발간하는 ‘기독교 출판소식’에서 1년에 소개하는 신간이 약 1000종인데, 그 중 소설은 약 20종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이는 결국 한국교회 안에서 ‘상상력’, ‘창의력’이 그다지 존중받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출판 관계자들은 “한국교회에는 아직 ‘상상력’에 너그럽지 못한 경직된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기독 출판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소설 속 허구를 불편해 하는 요소가 아직도 분명히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교회 내 다수가 소설의 허구적 내용이 자칫 성경이 말하는 진리나 교리 등을 왜곡하지 않을까 우려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기독교 소설을 출판해 온 홍성사 출판기획부는 이런 우려에 대해 “허구 안에서 성경 말씀에 위배됨이 있는지 가려내는 것이 바로 출판사의 역할”이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홍성사가 그 동안 출판했던 소설 중 가장 사랑받은 책 5권은 이청준의 ‘낮은 데로 임하소서’, 엔도 슈사쿠의 ‘침묵’, 김성일의 ‘땅끝에서 오다’, C.S.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와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이다. 홍성사 출판기획부는 이 소설들의 인기 비결로 ‘허구지만 허구 같지 않은 설정’, ‘드라마틱한 구성과 내용 전개’, ‘독자들을 빨아들이는 표현과 흡입력’을 꼽았다. 결국 당연하게도 기독교 소설의 인기 비결은 일반 소설의 인기 비결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기출협 최승진 사무국장은 “소설이 기독교문화를 풍부하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며 “한국교회가 ‘상상력’을 회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복음을 훼손하거나 성경을 왜곡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거룩한 상상력’은 복음의 입체적인 이해를 도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건강한 신학에 기초한 상상력은 성도들의 시야를 넓혀주어 보다 더 풍부한 신앙을 경험하도록 도울 수 있다.

성경에 미처 다 못 쓰인 행간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되살릴 수 있는 도구가 바로 기독교 소설이 아닐까. 우리는 거룩한 상상력을 통해, 더욱 입체적이고 다양한 이야기들로 하나님 나라를 찬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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