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會議)가 많으면 회의(懷疑)가 든다

제110년차 교단 총회에 대의원으로 참가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이며 지방회 임원들의 뜻밖의 선물이었다. 서울신학대학교에서 정년퇴직한 후 1년 반 전에 노숙인을 위한 길벗교회를 개척하고 목회에 전념하고 있어서 꿈도 꾸지 않고 있었는데 대의원이라니… 지방회의 도움을 받아 겨우 대의원 회비를 내고 목사 안수를 받은 지 약 35년 만에 처음 총회에 참석하기 때문에 소풍날을 기다리는 학생처럼 마음이 제법 설레었다.

등록하고 명찰을 전자태그에 찍고 입장하여 배석 자리에 앉았다. 바야흐로 총회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개회예배 직전의 기도회에서 “성결교회를 고쳐주시고, 목사와 장로를 긍휼히 여겨주소서”라는 회개의 기도를 한 것은 바로 그 전 주 금요일에 있었던 교단 관련자에 관한 두 개의 선거공판을 생각하면 참으로 시의적절한 것이었다.

목사 부총회장으로 입후보했다가 비명에 소천한 고 이원호 목사에 대한 묵념도 거행되었다. 그 사고는 어쩌면 부총회장 선거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는 명언(命言)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스쳐지나갔다. “총회에서 주님은 성찬식 때에만 계시는 것 같다”는 한 대의원의 말처럼 총회 예배의 백미는 성찬예식이었다. 모두가 엄숙해졌지만 분병과 분잔을 나누어서 했으면 더 은혜로웠을 것이다.

회의가 시작되었다. 우습게도 “회의(會議)가 많으면 회의(懷疑)가 든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 말이 맞는 듯 개회선언 전 회원점명에서 호명 점명이냐 전자태그 점명이냐 하는 문제로 시간을 제법 많이 낭비하였다. 결국 표결에 의해서 전자태그 점명으로 개회가 선언되었다. 회순통과도 불필요하게 시간을 많이 끌었다. 110년차라면 회의진행의 노하우가 많이 쌓여있을 텐데 그 노하우를 관계자 모두가 잘 숙지해서 회의를 진행하면 훨씬 원만했을 것이다.

이번 총회가 1~3년 전의 총회와는 달리 분위기가 좋았다고 하는 데도 때로는 대의원들의 육두문자 발언과 그에 대한 몇몇 대의원들의 격렬한 반응은 여기가 성결교단의 총회인지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몇 번은 "법이요"라는 항의가 제기되는 사안도 다수결에 의하여 다루어지는 일도 있었다. 그것은 원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되기도 했다. 표결 시 기립 방법을 여러 번 시행했는데, 지방회별로 앉게 되니 눈치가 보여서 대의원들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조금은 훼손되는 것 같았다. 부서별 배석을 검토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폐회는 간단했다. 교단가를 부르고 축도로 폐회되었다. 총회가 예배로 시작했다면, 예배로 끝나는 것이 더 좋았으리라. 여의치 않으면 교단가 다음에 총회의 모든 사안을 하나님께 부탁드리는 공동의 기도를 드린 후 축도로 폐회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여하튼 총회는 무사히 끝났다. 끝까지 참여한 자로서의 개운한 마음과 고쳤으면 하는 것들과 결의된 모든 것을 주님께 부탁하는 기도의 마음으로 20여 년을 오르내렸던 정다운 석양의 ‘골고다 언덕길’을 걸어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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