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사순절이 시작됐다. 올해 사순절을 맞는 한국교회는 침통하기 그지없다. 부천 여중생 사망 사건으로 온 국민이 충격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평화와 안식을 찾는 가정에서, 그것도 목사인 아버지와 새 어머니가  5시간 넘게 아이를 때려서 숨진 것도 모자라 시신을 11개월 동안이나 방치했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사건이다. 가해자가 교단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교단 소속 목사라는 사실이 가장 충격적이다. 할 말이 없어 어안이 벙벙하고,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을 정도다.

올해 사순절은 그야말로 재를 덮어쓰는 마음으로 참회하고, 옷을 찢는 심경으로 우리의 죄를 회개해야 한다. 총회장 목회서신과 신학대학교, 한교연 등이 발표한 사과 성명서에도 이 같은 자성과 문제의식이 반영돼 있다. 연이은 목회자의 비리 사건은 한국교회가 병들었다는 징표이다. 이번 사건도 한 목회자 가족의 개인적인 일탈을 넘어 한국교회 전체를 향한 경고의 메시지로 들어야 한다. 누구 탓으로 돌리고 남의 일이라고 여길 것이 아니라 이 지경에 이른 한국교회의 현실을 냉정히 살펴보고, 자복하는 역사가 일어나야 한다. 아이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것은 결국 이 사회 구성원 모두의 잘못이다. 죄인임을 통회하는 회개의 목소리가 더 높아야 한다.

무엇보다 목회자들이 먼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교회의 분쟁은 대부분 목회자가 원인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법정의 심판대에 선 목회자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상황이 이런데도 목회자의 자질 문제와 비리를 말하는 것은 금기로 여기는 곳이 바로 한국교회다. 목회자가 초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한국교회는 계속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교회의 지도자들이 명심해야 한다.

한국교회의 자성과 회개가 여중생 사망 사건과 비리 목회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될 문제는 아니다. 지금 한국교회를 돌아보면, 그리스도인이 져야 할 짐이 결코 가볍지 않다. 교회 안의 분쟁과 갈등도 심각하다. 교회 안의 중직 간의 권력 다툼이나 재정을 둘러싼 각종 비리를 덮어둔 채 이 사순절 기간 이뤄지는 모든 기도는 그리스도께 더 무거운 십자가를 지우는 일에 다름없다.

잇따른 아동학대와 살해, 세월호 사건 등은 뿌리 깊은 탐욕과 이기주의, 무관심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우리가 잘 지내고 편안할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의 문제와 고통에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취업을 하지 못하고 꿈을 포기한 채 방황하는 젊은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과거 든든한 버팀목이 됐던 가족이라는 사적 안전망도 갈수록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한국교회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작은 교회와 가난한 목회자들에게 관심이 필요하다. 가난해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해외유학을 하고서도 갈 곳이 없어 취준생이 된 젊은 목회자, 아무리 몸부림쳐도 작은 교회라는 이름을 벗어날 수 없는 이 땅의 수많은 목회자도 우리의 관심 밖이었다. 이것이 참극을 불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무관심이 계속된다면 또 다른 참상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 지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무관심을 극복한다는 것은 주님께서 가난하고 고통 받는 자리로 오셨던 것처럼 우리 자신이 가난해지고 다른 이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교회가 섬김과 돌봄에 소홀했던 것은 결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한국교회가 자성하기를 바란다. 더 갱신되기를 요구한 다. 그만큼 사회적 신뢰와 기대감이 무너진 것이다. 경건·절제를 묵상해야 하는 사순절, 예수의 삶을 닮아가는 구체적 행함을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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