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에서 만난 스타 강사 하이데거(M.Heidegger)를 뜨겁게 사랑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1906-1975)는 유태인이었기 때문에 나치 독일을 탈출해야만 했었다. 그녀의 이런 삶의 여정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나치즘, 파시즘, 스탈린주의 같은 전체주의를 가차없이 비판하는 정치철학자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또한 그녀는 인간을 위협하는 사회적 악과 폭력의 본질을 향해서도 정면에서 도전하였다.

▨… 1960년 5월 이스라엘의 첩보기관 모사드는 오랜 추적 끝에 아르헨티나에서 유태인 대학살의 실무 책임자 아돌프 오토 아이히만을 체포해 법정에 세웠다. 그 재판과정을 지켜본 아렌트는 자신의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는 질문에 빠져들었다. “겉으로 보아선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에게는 친절한 이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을 죽이는 엄청난 일을 자행할 수 있었을까?”

▨… 자신의 가슴을 뒤흔들어 놓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아렌트는 비판의식의 결여(Lack of critical conscious ness)에서 찾았다. “윗 사람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는 아이히만의 변명에서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 판단이나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 의식이 전혀 없는 인간의 무지와 뻔뻔함을 확인했던 것이다. 그 확인의 결론 - “무지한 자는 자신의 일상 외에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다. 이 무사유(sheer thoughtlessness)가 악을 만든다.”

▨… 우리교단이 성결교회이기에 우리교단에선 일어날 수도 없고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들이 어쩐 일인지 되풀이되고 있다. 누군가는 교단 총회의 결의를 무효라며 법원에 제소하고 누군가는 교단 재산(성결원)을 가압류해 경매하려 한다. 아렌트가 말한 무사유의 귀결일까, 비판의식의 결여 때문일까, 지난 회기 헌연위의 유권해석, 재판위 판결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올라 있다.

▨… 누가 봐도 성령 충만하고 성결한 우리교단의 똑똑한 목사들이 어떻게 이런 사태를 빚게 만들었을까. 범인의 눈으로 보아도 말도 안되는 사태인데… 어느 신학자가 말했다. “아마도 오늘의 한국교회가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복음만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조차 평범한 것처럼 기생하는 악(banality of evil)에 대한 인지능력, 즉 자기 점검과 비판의식이라 할 것입니다.”(박충구·‘예수의 윤리’) 자기 점검 결여, 비판의식 결여는 복음으로도 치유가 불가능한 병인가? 누군가 대답 좀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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