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살아가면서 제일 힘들게 느껴지는 것 중의 하나가 의사소통이다. 다른 생각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것이 틀린 것은 아니라고 원론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교회에서도 예배, 교육, 심방, 전도, 봉사, 선교 등의 환경에서는 부딪치는 일이 많지 않다. 그러나 유난히 회의할 때는 의견들을 조절하기 어렵다.

효과적인 회의를 연구하는 이들은 최고의 대안으로 회의를 없애거나 줄이는 것을 제안한다. 필자는 소프트웨어공학을 사회학과 융합하여 집단지성을 고민하면서 발견한 많은 도구와 기법들을 소개하며, 만장일치에 준하는 의사결정이 필요한 곳에서 워크숍으로 섬기는 일을 하고 있다.

과학의 발달과 함께 소통의 도구가 발달하고 있지만 갈등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의사를 결정하는 바른 접근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회의뿐 아니라 비전과 미션설정, 전략개발과 창의적 아이디어 표출, 문제해결과 갈등해결, 학생이 다같이 참여하는 교수법 등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도구와 기법은 필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약 400가지 이상 되지만 여기서는 그 중의 한 가지를 우선 소개하고자 한다.

주사위 중에서 반대편의 숫자와의 합은 언제나 7이다. 2의 반대편은 5이고, 1의 반대편은 6이다. 이런 원리에 의해서 반대편 숫자를 예측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자신의 자리에서 바라보는 숫자와 시각은 서로 다르다.

각자의 자리에서 보고 있는 것을 따로 따로 말하지 않고 숫자 하나하나마다 함께 그 자리를 돌며 생각을 나누는 에드워드 드 보노가 제시한 한 가지 회의기법이다. 진행자는 파란 모자를 쓴 사람이다. 회의의 순서를 짜고 참여자들이 쓰는 모자의 순서를 정한다. 파란 모자를 쓴 진행자 이외의 참여자들은 한 번에 한 가지 모자를 모두가 함께 쓴다고 생각하자. 따라서 모자를 실제로 준비하려면 참여자의 숫자만큼의 모자가 색깔마다 따로따로 준비되어야 한다.

첫 번째는 흰 모자다. 회의주제에 관해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사실과 정보를 참여자마다 4~5개 이상의 의견을 도출하여 브레인스토밍(Brain Storming)하는 것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는 무엇인가?’, ‘우리가 어떤 정보를 필요로 하는가?’, ‘우리가 어떻게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을 각자가 돌아가며 나눈다.

두 번째는 빨간 모자다. 모든 참여자가 해당 주제에 대하여 이성적인 생각은 지우고 오직 예감과 직감과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해석은 이 단계에서 할 일이 아니며 왜 그런지 이유를 묻지 않고, 해명도 불필요하며 변덕과 모순이 가능한 시간이다.

세 번째는 검은 모자다. 이번에는 모든 참여자가 회의주제에 대하여 주의나 경고, 잠재된 위험, 결점 등을 나열하며 신중하게 생각해보는 과정이다. 빨간 모자와는 달리 타당성이 있고 논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네 번째는 노란 모자다. 검은 모자 단계가 부정적인 관점이었다면 그와 균형을 이루기 위하여 긍정적인 관점으로 모두가 함께 보는 것이다. 회의주제에 대한 이점, 가치, 희망적인 요소 등을 나눈다. 검은 모자와 마찬가지로 논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미래지향적인 가능성, 실행 가능한 이점을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초록 모자를 모두가 쓰는 것이다. 여기에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나눈다, 그 동안 거쳐 왔던 흰 모자, 빨간 모자, 검은 모자, 노란 모자 등에서 검토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회의주제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법을 창의적으로 모아보는 것이다.

이때 파란 모자를 쓴 진행자가 공격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것보다 ‘그 의견은 빨간 모자에서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검은 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이유와 근거가 필요합니다’ 등으로 표현할 때 회의는 더욱 부드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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