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야수이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는 만인에 대한 투쟁의 자리에 서야 한다. 따라서 만인의 만인을 향한 투쟁은 피할 길이 없다. 이러한 인간의 야만적 본성은 사회계약에 따라 길들여지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토머스 홉스는 지적했었다. 홉스의 견해는 그리스도인의 자리에서 보면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많은 후학들은 그의 견해에 공감을 나타냈었다.

▨… 서구문화 전개의 한 단면을 마태복음처럼 족보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리들리는 이렇게 정리해 준다. “홉스는 데이비스 흄을 낳고, 흄은 애덤 스미스를 낳고 스미스는 토머스 멜서스를 낳고, 멜서스는 찰스 다윈을 낳고, 다윈은 리처드 도킨스를 낳았다.” 인간의 야만적 본성에 대한 홉스의 진단은 아직까지도 경제학과 진화생물학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매트 리들리·이타적 유전자)

▨… 우리나라의 정치판은 마치 “인간은 인간에 대하여 이리다(Homo Homini Lupus)”라는 홉스의 정의를 그대로 실천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것 같은 모양새다. 때로는 편을 가르기도 하지만, 그 편 안에서도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간에게 절망할 정도로 냉혹하게 어제의 동지를 적으로 몰아세운다. 우리의 정치판이 보여주는 ‘승자독식사회’(The Winner-Take-All Society)의 야만성과 비정함은 홉스의 야수세계를 닮아도 너무 닮았다.

▨… 우리교단에 속해 있는 교회 중 약 1000개의 교회가 1년 경상비 1500만 원 미만이라고 한다. 우리교단 목회자 중 약 40%는 생활비를 책정조차 하지 못해 생계가 막막한 형편이라고 한다. 그래도 목사는 이중직(투잡)을 가질 수 없어 사모들이 ‘알바’를 뛴다는 보도다. 부인 얼굴 보기가 너무 미안하다는 어느 젊은 목사가 먼 산 한 번 바라보고 말했다. “그냥 부목사로 평생 일할 수는 없을까요?”

▨… “당신도 성령 충만하면 큰 교회를 이룰 수 있습니다.” 내용은 맞는 말임을 누가 부정할 수 있는가. 그러나 그 말이 생계비로 막막한 가슴을 후벼파는 날 선 검의 역할만으로 그친다면 그것은 성령으로 겉포장만 한 ‘승자독식사회’의 구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어쩌면 홉스의 야수세계의 본성을 살짝 눈가림만 하고 있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목사이면서도 인간 본성의 이기성을 아직은 부정할 수 없기에 십자가 앞에 무릎 꿇어야 하는 목사의 아픔은 누가 알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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