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적 사실에 상상력 가미 …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등 극적 효과
기독교 진리 쉽고 재미있게 전달 … 성경왜곡 막기 위한 장치 필요

드라마 ‘바람의 화원’의 종영을 아쉬워하던 K씨는 마음을 달래려 신윤복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영화 ‘미인도’를 감상했다. 상영 전, 영화 ‘쌍화점’의 예고를 본 K씨는 다음 주에 꼭 다시 와서 감상하리라 다짐한다. 저녁이 되자 교회로 가서 크리스마스 행사를 위한 뮤지컬 ‘지저스 지저스’를 연습한다.

가상 속 K씨의 하루에는 다양한 작품 그중에서도 사실(fact)과 허구(fiction)가 합쳐진 팩션(faction) 장르가 가득하다. ‘팩션이 대세’라는 대중문화를 넘어 최근 기독교 공연계에도 팩션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팩션이 가장 중요한 진리를 왜곡시킨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기독교문화가 사랑한 팩션

신윤복을 사랑했던 김홍도라든지, 고려왕에게 숨겨진 남성 애인, 처음으로 수술을 시도한 대장금은 정말 역사적 사실일까? 그렇지 않다. 모두 작가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다. 이렇게 작가의 상상력과 역사적 사실이 어우러진 것을 팩션 장르라고 말한다. 평균 시청률 10%, 개봉 22일만에 200만 돌파,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이 모두 팩션 장르를 활용한 것이다.

이러한 관심은 기독교 문화계에도 이어졌다. 올해 공연한 뮤지컬 ‘지저스 지저스’, ‘마리아 마리아’ 오페라 ‘모세’ 등도 모두 팩션 요소를 담고 있다. 특히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는 성경 속 마리아의 존재라는 사실(fact) 위에 뮤지컬만의 마리아(fiction)를 씌워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faction)시켰다. 12일부터 14일 고양 아람누리에서의 공연을 앞둔 오페라 ‘모세’는 파라오의 아들 아네노피와 미리암의 딸 아나이데의 사랑이야기가 나온다. 성경에서 찾을 수 없지만 오페라에서는 빠뜨릴 수 없는 이야기다.

팩션이 사랑받는 이유

드라마 ‘바람의 화원’을 좋아했다는 김성희 씨는 “신윤복이 여자라는 설정이 이색적이고 재밌었다”며 “이렇게 흥미를 끄는 점 때문에 ‘바람의 화원’ 마니아가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팩션은 재미, 흥미의 요소가 생겨 대중의 눈을 사로잡는다.

기독교 문화에서도 재미있는 공연을 위해서 팩션이 활용되는 것이다. 오페라 ‘모세’ 장수동 총예술감독은 “팩션은 갈등을 유발하고, 극적인 면을 이끌어 내 이야기를 재밌게 만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기독교 문화에서 팩션이 주목받는 것은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문화선교적인 특징을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팩션 공연은 쉽고 재밌다. 그래서 비기독인들은 팩션 공연을 보는 것으로 성경의 내용을 이해한다. 딱딱한 성경 자체가 아니라 쉽게 풀어놓은 이야기가 내용의 이해력을 높인다.

조아뮤지컬컴퍼니 강현철 대표는 “단순히 성경을 나열식으로 공연을 한다면 관객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다”며 “팩션을 활용해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이 작품으로서의 완성도와 장점을 갖출 때 기독교 뮤지컬의 선교적인 면이 강화된다”고 말했다.

성경의 왜곡은 우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진정한 영웅은 예수를 팔아넘긴 유다라고 말한다. 이는 기독교의 진리를 완전히 외면하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기독교를 소재로 다룬 작품과 선교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작품을 나누어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독교를 편하게 다루되, 성서 속 진리를 왜곡하지 않도록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동대 강진구 교수는 “예수가 우리를 위해 돌아가셨고, 이로써 우리가 구원받았다는 진리만큼은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지나치게 허구를 작품에 넣어, 원래 의도와 다르게 선교적인 면을 무디게 만드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많은 뮤지컬들이 내용을 바꾸는 과정에서 이러한 모순에 부딪친다. 강 교수는 “선교적 가치에 목적을 두었다면 선교적 진리를 명확히 지키는 작품으로 만들 것”이라며 선교적인 측면을 강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함을 언급했다.

비기독인들도 기독교문화를 통해 기독교에 호기심을 가질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 기독교 문화도 팩션에 한발짝 다가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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