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마지막 주간, 서울의 어느 교회에서는 총회 사회복지부가 주관하는 은퇴목사 위로회가 열렸다. 자신을 비우며 주를 섬기는 삶을 평생 감당해 온 은퇴목사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같이하여 드리는 예배는 참석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이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는 배려일 것이다. 담당자가 조심스럽게 광고했다. “교통비를 두 번 받는 일이 없도록 해주세요.”

▨… 번개 흐르듯 예배실을 낭패감이 강타했다. 정적이 흘렀다. 옆자리의 숨소리도 하나 또 하나 셀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와중에 한 모서리에서 어느 노목사의 무거운 목소리가 들렸다. “어느 교회에서 목회하셨소?” 노목사들 중에 아무도 아는 이가 없는 초라한 복색의 불청객 한 사람이 뱃심좋게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이 사람을 어찌해야 하나? 모두의 표정이 난감해지고 있었다.

▨… 교통비로 지급되는 돈 얼마가 가난한 삶을 명예로 알고 견뎌왔던 삶에 그늘을 드리우는 것은 아닐까 당황스러웠던 마음들이 그 교통비를 탐내는 엉뚱한 불청객 앞에서 또 한번 쪼그라들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이 사람을 이 자리에서 내모는 것이 과연 목사다운 모습일까라는 질문에 부닥치고들 있었던 것이다. 내가 받은 교통비를 이 사람에게 주어버릴까. 노목사들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는 당시로서는 생경한 개념이었던 무의식과 리비도(Libido)를 통해서 인간의 심리(정신)를 분석했다. 이 분석들이 1900년에 출간된 ‘꿈의 해석’으로 집대성되었다. 그의 정신분석에 대한 평가는 지금도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인간의 감춰진 내면을 밝혔던 그 자신은 정작 심리적 불안을 이겨내지 못해 우울증에 빠져들었고 마침내는 코카인을 흡입해야 하는 마약중독자가 되었다.

▨… 7월 어느 날의 노목사 몇분의 심리를 프로이트가 어떻게 분석할지는 모르지만. 그 흔들리는 눈빛이 자신을 향한 설움이라는 것은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평생을 자계하며 살았는데, 가난을 섬김의 조건으로 알았는데, 이제 삶의 끝자락에서 교통비 얼마에 목사의 본분을 물어야 하는가. 차라리 무의식과 리비도에 의해 해부당해도 이렇게까지는 서럽지 않으리라. 뉘라서 알아줄까, 은퇴해서도 가난한 노목사의 자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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