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새야 황새야 뭘 먹고사니/ 이웃 집에서 쌀 한 됫박 꿔다 먹고 산다/ 언제 언제 갚니/ 내일 모래 장보아 갚지.” 지금은 잊혀져버린 민요다 지지리도 가난해서 너남없이 허기조차 메울 길 없던 시절, 자신의 처지를 황새에게라도 비유해서 자기모멸의 구덩이를 빠져나와야 했던 설움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노래다. 불과 반세기 전만해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노래였었다.

▨… 1930년대의 대공황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 아닐까란 우려가 세계를 삼키고 있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우리나라의 경제 기반을 뒤흔들어 어쩌면 IMF때 보다 훨씬 심각한 경제 위기를 맞게될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대두되고 있다. 교회들 마다 예산만큼의 결산이 어려울 것이라는 한숨 소리와 함께 새해에는 긴축예산을 짤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조금은 의기소침해진 소리까지 토로하고 있다.

▨… 그래도 긴축예산이라도 짤 수 있는 교회는 버틸 수 있겠지만, 예산이니 결산이니 하는 말 조차 차라리 과분하기 만한 교회들은 교회 문 닫으라는 소리 안 듣는 것만 해도 오감하게 여겨야 할 형편이다. 시절이 이 모양이니 선교비를 보내주십사 하는 편지를 내기는 내야하겠음에도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이다. 놀부네 집이라면 밥주걱으로 뺨을 맞더라도 찾아가보겠지만 기도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꾸중이 터질까 오금부터 저리는 데야 어찌할 수가 없는 것이다.

▨… “ …우리교회에는 중풍이나 정신분열증 등 병 때문에 더 이상 도시에서 생활할 수 없는 분이 세분이 있습니다. 평생을 고향에서 농사를 지었으나 자녀들에게 방해되지 않기를 바라는 다섯 분이 서로 의지하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농촌에서 품삯 받으며 떠돌던 사람도 네 분이 신앙으로 거듭나 정착하고 있습니다….” 이런 교회에 예산, 결산이란 용어는 차라리 사치가 아닐까.

▨… 17세기 프랑스에 라로슈푸꼬란 사람이 있었다. 인간의 이기주의와 위선을 파헤쳐서 인간적 감정과 행동의 숨겨진 동인을 찾으려했다. 그는 심리학적인 해부기술을 수용해 격언집(Maximes)을 남겼다. 그가 남긴 한마디. “우리들은 모두 타인의 불행을 예사롭게 보고 있을 정도로 강하다.” 우리가 애곡하여도 너희가 가슴을 치지 아니하였다 하신 이는 또 누구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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