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학자 플레처(J.Fletcher)의 질문: 패전 독일의 베르히마이어 부인은 소련군에게 붙들려 수용소에 갇혔다. 그녀에게는 남편과 세 아들이 있었다. 소련군 수용소에서는 불치병 환자로 판명되거나 임신한 여자 외에는 석방이 불가능했다. 그녀는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고 판단했고 보초들을 유혹했다. 마침내 만삭이 된 그녀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녀는 부정한 여인인가, 죄인인가?

▨… 플레처가 그의 ‘상황윤리학’에서 제시한 이 질문은 심리학 쪽에서 보면 하인츠 딜레마(Heinz dilemma)의 일종이다. 하인츠 딜레마를 연구한 콜버그(L.Kohlberg)에 의하면, 인간의 행동은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 정의 같은 가치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후인습적 수준(Postconv entional level)에 도달하는 사람은 성인이라고 하더라도 극히 소수에 한정된다고 한다.

▨… ‘2015년 목사안수 청원자 면접 및 목사고시 실시 공고’가 나붙었다. 목사가 갖추어야 할 지적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는 그 시험과목과 필독도서들의 양으로서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목사고시를 치르기 위해서 이수해야 하는 과정까지를 감안한다면 목사직이야말로 전문직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목사들은 그 출발선에서부터 고생문을 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목사직을 수행함에 있어서 지적 수준이 필요조건이라면 소명의식은 충분조건일까, 아닐 것이다. 소명의식은 필요충분조건을 뛰어넘는 절대치일 것이다. 충정로시절 서울신학대학은 어느 신학대학보다 소명을 강조해 왔다. 그것은 성결교회의 전통이기도 하다. 그 소명의식을 검증하는 방법은 면접이란 수단밖에는 없는 것일까. 면접관들이 자신의 소명의식부터 점검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그 본래 학문 없는 범인’들이 대부분이었던 예수님의 제자 가운데 가장 지적 수준이 높았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이의를 달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가룟 유다 아닐까. 하인츠 딜레마의 콜버그는 인지의 발달이 도덕 판단의 성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았지만 교회사에서는 인지의 발달이 예수님의 제자됨을 결정하는 절대치는 아니었었다. 교회의 하인츠 딜레마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지적인 수준이 높은 목사가 소명의식에서도 철저할 수 있도록 이끄는 목사고시는 불가능한 것인가를 이제는 물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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