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 목사(광주지방∙해남내사교회)
내 가슴 속 슬픔을 다른 사람의 기쁨과 결코 바꾸지 않겠다 했던가요.

친구여! 26년 전 신학교 1학년으로 우리 처음 만나지 않았던가. 비록 늦깎이였지만 새벽이든 밤중이든 두어 시간씩 감사의 눈물을 흘리면서 때론 기쁨의 찬양을 부르며 기도하시던 당신의 모습이 생생합니다.

누구보다 더 정진하셨던 문 목사님. 어느 누구보다 진실하셨던 목사님이셨잖아요. 당신은 그런 분이셨어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목사님은 팽목항으로, 진도 실내체육관으로 내달리면서 내 몸 추스르고 가누는 일은 사치라고 말씀하셨지요.

몸도 돌볼 시간없이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셨잖습니까. 아무 것도 입에 넣지 않고 유족들을 뒷바라지 하면서 수척해진 목사님의 모습을 보면서 제가 그랬잖아요. “당신이 먼저 가시겠네….”

그렇다고 정말로 이렇게 훌쩍 가버리시는가. 미안해서 어쩌란 말인가. 너무나도 큰 숙제를 남겨놓고 이렇게 가시는가.

서울아산병원에서 한국병원으로 내려오시는 날 말일세. 눈 한번 감았다 떠보시게나 하니, 목사님은 눈을 감았다 뜨면서 입을 오물거리셨죠. 뭔가 말을 하고 싶은 입모양을 보고 사모님이 고맙다고 하신다 전해주셨죠.

우리가 고맙던가 이사람아. 고마운 사람은 당신의 사모님 아니신가. 당신의 입모양과 표정만 보고도 당신의 마음을 알아채지 않던가. 남편 잃고 말없이 눈물 흘리는 사모님의 눈물을 당신이 닦아주시게.

아빠가 정말 가셨는가. 차마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아들 딸의 손도 꼭 잡아주시게나. 저 녀석들의 가슴과 등을 당신의 자상한 손으로 쓰다듬어 주시게나.

천사장의 나팔소리 들으셨을 당신. 천군천사들의 호위를 받으셨을 당신. 우리는 오늘 목사님을 눈물로 보내드릴 수밖에 없지만 머잖아 웃으면서 우리 보듬고 반갑고 기쁘게 웃으면서 다시 만납시다.

잘 가소서. 편히 쉬소서. 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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