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석 목사(전 본지 편집국장)
가톨릭교회의 대표요, 교황 국가(교황청)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한다. 우리는 교황 방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 ‘형 집이 잘 되니 좋은 것 아니냐'며 웃어야 할까? 아니면 ‘달라이 라마를 초청해 맞불을 놓자'는 불교계 인사처럼 세계적인 기독교 지도자를 초청해 부흥집회라도 열어야 하는 것 아닐까?

모두 부질없는 짓이다. 개인적 견지에서 교황 방한은 한국 개신교에 나쁜 것은 아니다. 한국인들에게 참된 그리스도의 제자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교황 방한에 부정적 말보다 교황 방한을 계기로 개신교가 자신을 반추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목회자들은 겸손과 섬김의 표상이 되고 있는 교황의 모습과 태도, 교회 운영에서 배우고, 교회는 그를 교황으로 세우는 데 거리낌 없는 가톨릭을 배우면 좋겠다는 것이다.

욕심이겠지만 16세기 종교개혁이 가톨릭의 반성을 불러일으켰던 것과 같이 한국 개신교의 문제적 상황 속에서 교황의 가톨릭 갱신 행보가 한국 개신교의 갱신을 불러일으킬 것을 기대해 본다.

일반적으로 교황은 선출 직후 자신의 칭호를 정한다. 새 교황은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택했다. 개인적으로 프란치스코를 택한 이유를 두 가지로 본다.

첫 번째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청빈과 순결, 겸손의 삶을 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교황이 택한 '프란치스코'라는 인물은 아시시의 성자로 불리는 13세기 수도사로 청빈의 상징이다. 부자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가난이라는 부인과 결혼했다'고 말했고, 말처럼 가난을 선택해 살았다.

둘째로 교황은 가톨릭교회의 갱신과 개혁을 ‘요청'하기 위해 프란치스코가 되려 한 것이다. 프란치스코는 청빈과 순결을 모토로 수도회를 설립해 세속화된 로마 가톨릭교회에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가톨릭의 개혁을 조용히 이뤄 온 프란치스코를 따라 교황은 가톨릭의 갱신과 개혁 의지를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에 담은 것이다.

취임 이후 교황의 행보는 이러한 의지가 작동하고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 숙소, 차 등 누려도 비판받지 않을 정도의 특권도 포기하고 있다.

길을 가다가 기도를 요청하는 병자를 만나자 멈춰 그를 위해 기도하고, 무신론자의 질문에 진솔하게 답하는 편지를 보내며, 평사제에게 과감히 자신의 죄를 고해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성서 속 예수의 모습을 상상하기까지 한다.

교황은 이탈리아 마피아를 과감히 정죄하고 교황청 은행을 정비하는 등 부패와 연결된 고리를 끊기 위해 힘쓰고 있다. 또 약자를 위한 강력한 메시지 선포로 가톨릭 자체의 방향 전환도 요청하고 있다.

교황의 개혁정신도 세계 가톨릭에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교황의 모습을 볼 때 한국 개신교의 개혁 방향, 목회자들의 변화 지점이 드러나고 있음은 혼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살펴야 할 점은 가톨릭의 최상층 지도부가 이러한 개혁적 인물을 교황으로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선택이 있기에 가톨릭은 오늘 다시 중흥기를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톨릭의 모습에서 오늘 한국 개신교가 생각해 볼 점이 있다는 것은 또한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교황의 방한 이후 한국교회는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을 경험케 될 것이다. 다만 긍정적 영향이 많게 하는 것은 한국교회가 교황 방한을 어떻게 보고 느끼고, 성도들과 함께 나누느냐에 달려 있다. 개신교가 남을 비판하는 일에 입을 다물고, 자기가 가야 할 길을 향해 마음을 모으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