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형은 목사(성락교회)
108년차 교단총회 중이다. 이 글을 쓰느라 교단 홈페이지를 클릭했다. 먼저 이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기도, 화합, 성결한 삶으로 빛을 발하는 성결교회!’ 107년차 총회 임원진의 염원이다. 이러저러한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간다. 교단총회를 부르는 ‘성 총회’라는 말도 얼른 떠올랐다.

어느 단체의 목적과 관련된 표어는 현재 상황의 표현이라기보다 미래에 이루어질 상태를 지향한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서 어느 정도는 경험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혀 와 닿는 것이 없으면 그쪽으로 갈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아직 완성되진 않았지만 이미 현재진행형으로 그 성취를 맛보면서 끊임없이 진행되는 과정이라고 정리하면 되겠다. 교단총회에 즈음하여 위의 표어에 생각을 걸어 두 가지를 말하려 한다. 내부 화합과 정치 체제의 문제다.

먼저 화합인데, 이는 기독교의 근본 가르침이다. 십자가 사건으로 하나님께서 이루신 평화, 화평, 평안이다. 구약의 샬롬과 신약의 에이레네는 기독교 신앙의 궁극적인 상태를 말하고 있다. 교회 역사에서도 화합과 일치는 거의 시대마다 본질적인 현안이었다. 오늘날의 한국 교회만 봐도 명백하다.

화합이 중요한 것은 조직의 강화 때문이 아니다. 그건 세속적인 관점이다. 화해와 일치는 복음 증언의 토대여서 중요하다. 일치하지 않고는 증언할 수 없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을 떠나시기 직전 하늘 아버지께 올린 마지막 기도가 요한복음 17장에 기록돼 있다. 주님은 제자들과 교회 공동체가 하나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셨다. 그래야만 그들이 세상에서 하나님을 증언할 수 있어서다.

요즈음 우리 교단에서 중요한 권한이 걸린 선출직에 경선이 치열하다. 지난 번 서울신학대학교 총장 선거가 그랬고 이번 총회의 임원선거 특히 총무직이 그렇다. 다수의 경선 자체가 부정적이진 않다. 대의 민주주의 구조에서 바람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단 내의 계파 또는 이해 집단의 갈등 구조에서 빚어진 현상이라고 보이니 심각하다.

정치 체제의 문제를 보자. 이는 첫째 주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교회의 정치 체제는 크게 두 방향이 있다. 감독제와 회중제다. 로마가톨릭이나 성공회가 대표적으로 감독제 쪽이다. 담임목회자 결정에서까지 명확하게 감독제를 시행했던 이전 감리교 체제도 그런 쪽이다. 회중제에서 대표적인 교단은 침례교다. 최근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독립교회는 회중제 현상의 첨단이다. 이런 양쪽 현상의 가운데에 장로교, 성결교회, 순복음이 자리하고 있다.

감독제에서는 상회의 권한이 강하다. 그래서 거기에 이권도 많다. 감독제의 성패가 상층부의 지도력에 걸린 까닭이다. 지도자 집단이 건강해야 감독제가 제대로 작동한다. 성결해야 한다는 말이다. 상층부가 부패하고 그 안에서 권력 다툼이 심해지면 대책 없이 붕괴할 수 있다.

감독제의 성패에 중요한 요인이 또 있다. 시대적인 상황이다. 이천 년 기독교 역사에서 크게 보면 옛날로 갈수록 감독제가 유리했다. 그러나 개인의 인권이 강조되고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는 회중제가 활발해졌다. 오늘날의 시대정신을 대표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중앙집권적인 구도와 흐름을 거부하고 개인과 다양한 집단의 관심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니 말이다.

교단의 미래와 연관하여 정치 구조를 진지하게 연구해야 한다. 큰 틀에서는, 감독제로 가면 현재의 갈등이 더 심해질 것이다. 감독제 전통이 강하게 흐르는 감리교만 봐도 안다. 예산과 조직 구조를 포함하여 상회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이 맞다. 지난 십수년 어간에 가장 많이 부흥한 교단이 침례교다. 독립교회들의 느슨한 연합체는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십자가의 복음을 깊게 묵상하자. 시대 흐름을 넓게 보자. 세월이 혼란스럽다. 한국 교계에 바람직한 연합의 시야가 흐리다. 각 교단은 마이너스 성장을 공식 보고하고 있다. 8월에 교황이 방한한다. 적게 잡아도 몇 만 아니 그 이상의 기독교인이 가톨릭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한다. 이 사회의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대립과 갈등 구조가 더 굳어지고 있다. 남북문제를 포함한 동아시아 상황에서 교회의 역할이 많고 또 급하다. 오늘날의 세계에서 우리 교단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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