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1년 2월, CIA와 미국 군대의 지도자들은 카스트로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미국에 거주하는 쿠바 망명자 1300명에게 군사훈련을 시켜 쿠바의 코치노스 만으로 침투시킨다는 것이었다. 케네디 대통령은 최고의 전문가들을 동원해 이 작전을 검토했고 그해 4월 17일 실행되었다. 케네디의 역사 자문 보좌관 아서 슐레진저는 계획의 타당성에 의구심을 품었으나 아무 말도 못한 것을 훗날 몹시 후회했다.

▨… 쿠바 침공 결정 과정을 면밀히 검토한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Irving Janis)는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 최악의 엉터리 계획을 세웠음을 밝히며 그것은 그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 ‘집단사고’(groupthink)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집단사고’란 응집력이 강한 집단의 구성원들이 어떤 현실적인 판단을 내릴 때 만장일치를 이루려고 하는 사고의 경향이다. 케네디의 최고 전문가들도 이 집단사고에 삼켜졌던 것이다.

▨… 어떤 의사결정의 자리에서 모두가 ‘예’라고 말할 때 혼자서만 ‘아니요’라고 말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엘리야나 엘리사를 비롯한 모든 하나님의 사람들의 고난도 모두가 ‘예’할 때 ‘아니요’라고 말해야만 하는 자리로 부름받았기 때문에 빚어진 것 아닌가. “이 사람의 피에 대하여 나는 무죄하니”(마27:24)라고 말하는 빌라도의 마음도 ‘아니요’를 죽인 결과였다.

▨… 교단에서 문필가로 이름이 알려진 어느 노(老) 목사가 사석에서 말했다. “애오개는 ‘돌직구’를 던져야 합니다. 일도양단해서 구더기가 들끓는 속을 가감없이 보여주어야 합니다.” 모두가 ‘예’를 할 때에라도 애오개만은 ‘아니요’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책이었다. 끝까지 십자가를 지려고 노력했었다고 교단 언론사(史)에서 평가받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돌직구까지 날려주었다.

▨… 회의장에 난무하는 ‘허락이오’ 속에는 집단사고가 약속되어 있다. 누가 보아도 어불성설인 것을 강요하는 고집 속에는 집단사고를 획책하는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은혜라는 이름으로 어벌쩡해버리는 회의 진행에도 집단사고는 숨어 있다. 제108년차 총회에서만은 가장 은혜롭고 똑똑한 분들이 비성결교회적인 결정을 남기는 일만은 없도록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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