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는 가운데 가정의 달을 맞는다.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입양의 날(11일), 스승의 날(15일), 성년의 날(19일), 부부의 날(21일)이 줄지어 있다. 행복한 가정을 느끼고 서로에 대한 사랑을 나누어야 할 가정의 달이건만 소중한 자녀를 세월호 침몰로 떠나보낸 유족들과 자녀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는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슬픔뿐이다. 사망자와 실종자 가족의 고통을 함께 공감하는 우리 국민의 따뜻한 위로의 마음이 가족들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기를 소망한다. 아울러 모든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날이 속히 오길 소망한다.

세월호 참사의 비극은 일상에 파묻혀 살아가던 이들에게 가족과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하고 있다. 단원고 학생들이 부모에게 남긴 메시지와 그 울림과 소중한 자녀의 죽음과 실종 앞에 눈물 흘리는 가족의 모습은 우리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자각하게 했다. 평소에 자주 연락하지 않던 자녀들이 부모에게 연락하고, 부모 또한 자녀들의 안부를 묻는 전화를 자주한다. 출퇴근이나 등하교시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자녀를 안기도 하고 애정 어린 호칭으로 서로를 부르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분위기를 ‘큰 사건을 겪은 직후 일어나는 가족애 신드롬(증후군)'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어린 자녀의 죽음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녀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커지고 이것이 곧 가족 간의 관심과 애정 표현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보다는 긍정적인 시각에서 고찰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국민은 세월호에 타고 있는 학생들이 우리의 자녀이고,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에서 울부짖는 부모들이 곧 우리임을 자각하고 있다. 이러한 공감이 바탕이 되어 함께 눈물짓고 ‘분향소'를 찾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자신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가족애를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개인주의화가 확대되어 왔고 가정 붕괴가 급속도로 진행됐다. 가족 간의 대화가 단절되고 끈끈한 유대감도 사라져 버렸으며 부부,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이 심화되어 반목과 대립이 일상화 됐다. 물질만능주의와 이로 인한 상호 존중 의식의 쇠퇴에 따라 윗사람을 존경하고 아랫사람을 사랑과 배려로 대하는 태도 또한 사라져 갔다. 스승과 제자 사이 또한 멀어진지 오래됐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가정, 학교, 우리 이웃을 향한 마음을 회복해야 한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가족 간의 유대감을 바탕으로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식 간의 격려와 믿음을 나누고, 학교에서는 스승을 존경하고 제자를 사랑으로 이끌며, 우리 주변의 외롭고 쓸쓸한 홀몸노인과 편부모가정의 자녀들을 돌보는 일에도 더욱 힘써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의 의무일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세월호 참사로 자녀를 잃은 유가족과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의 가족들을 위해 마음을 모아야 한다. 가족을 떠나보낸 아픔과 고통은 결코 쉽게 잊히지 않는다. 가장 소중한 친구를, 선생님을 잃은 이들의 고통 또한 쉽게 치유되지 못한다. 이들과 아픔을 함께하며 돌보는 일은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할 일이다. 안산 지역에 있는 교회를 중심으로 사역의 방향을 세우고, 가능한 실천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가능한 재정지원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오늘 우리 교회의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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