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펜하우어(A.Schopenhauer)는 우리가 어떤 사람의 성격을 알고 그 사람이 처해 있는 상황도 알고 있다면, 그 사람이 어떤 식으로 행동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었다. 그는 사람의 성격이 사고와 행동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였다. 그것은 인간에게 이성이 있지만 이성보다는 각자의 성격에 따라서 사고하고 행동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 그러나 인간의 성격이 얼마나 다양하고 복잡한가에 대해서는 쇼펜하우어도 말이 없다. 그 다양하고 복잡한 성격이 얼마나 자주 변하기까지 하는가를 인정한다면 인간의 행동에 대한 예측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라고 규정하는 것이 옳은지도 모른다. 이점에서 인간의 행동에 관한 탐구는, 아직까지는 결과만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 선충(eelworm)이라는 작은 유기체 벌레가 있다. 약 1000개의 세포를 갖고 있고 300개의 신경세포(neuron)를 갖고 있다. 인간의 머리가 10의 11승의 신경세포를 갖고 있음에 비교하면 얼마나 단순한 구조의 생물인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벌레가 어떤 때는 왼쪽으로 움직이고 어떤 때는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이유를 아직까지는 아무도, 어떤 과학자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하물며 인간의 제멋대로인 행동에 대해서랴….

▨… 우리는 흔히 ‘뒤통수를 맞았다’라고 말한다. 도저히 예상할 수 없었던 행동으로 일격을 당했을 때 쓰는 표현이다. 선충에 비해 10의 11승으로 복잡하고 미묘한 뉴런의 뇌구조를 가지고 있는 인간이지만 보편적인 인간의 행동은 예상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것이 인간이 사회적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기반이기도 하다. 다만,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인 경우에는 뒤통수를 치는 예외자로 남는다.

▨… 도무지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이 교단 안에서 태연히 벌어지고 있다. 선관위의 공고가 불법이라 하고, 총회장의 지시가 ‘형식이나 내용이 공문으로서 적절하지 않으므로’ 취하해 줄 것을 요청하고, 어느 목사의 목사직은 면직되었다고 하는가 하면, 그런 결정을 모를 리 없음에도 취임식은 공식적으로 진행되었다. 선충의 행동은 예측될 수 없지만 인간의 행동은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법과 도덕은 외양만 번드레한 장식품으로 전락할 것이다. 신앙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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