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이 나라가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것을 자명한 진실로 받아들이는 날이 오리라는 꿈입니다.” 1963년 8월 28일 워싱턴 링컨 기념관 앞에 운집한 군중을 향해 외쳤던 마틴 루서 킹(M. L. King) 목사의 이 연설은 흔히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 케네디의 대통령 취임 연설과 함께 미국의 3대 명연설로 꼽힌다고 한다.

▨… 그의 연설이 있은 지 50년이 못되어 미국에 흑인 대통령이 들어섰다. 그의 꿈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점에서 킹 목사는 종교인이었지만 불굴의 정신으로 인종차별에 맞서 싸워 미국의 현대사의 흐름을 바꿔놓은 큰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 평가의 상징성이 그에게 수여된 노벨평화상일 것이다. 한국 교회도 그의 업적을 기려 꿈을 설교하고 비전을 강조하는 목사님들은 곧잘 그의 연설문을 인용하곤 했다.

▨… 그러나 마틴 루서 킹은 한국 교회적인 관점에서 보면 많은 허물을 가지고 있어서 크게 존경받을 만한 사람으로 평가 받을 수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오히려 질타를 받아야 마땅했었다. 1968년 4월 4일 암살자의 총을 맞고 쓰러졌을 때 킹 목사의 손가락 사이에서는 타고 있는 담배의 연기가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상원의원이었던 조지아 파워즈가 그녀의 회고록 ‘나도 꿈을 나누었다’에서 고백했지만 그녀는 킹 목사와 내연관계에 있었다.

▨…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킹 목사가 한국 교회에 속해 있었다고 하더라도 노벨상을 받고 미국사회에서처럼 추앙받을 수 있었을까? 아무리 30대의 혈기방장한 나이였다고 하더라도 몇 명의 여성과 내연관계인 것이 알려지는 순간, 그의 말, 그의 행동은 ‘거짓’으로 지탄받고 그는 목사직에서 물러나야했을 것이다. 이것이 한국 교회적인 풍토이다. 그가 아무리 큰 꿈을 가졌고 목숨을 걸고 인권을 위해 투쟁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 흑인신학자인 콘(James H. Cone)의 킹 목사에 대한 평가를 귀담아들어야 할 이유가 우리에게 있을까. “여성문제는 킹의 최대 약점이었다. 그는 그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죄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를 평가할 수는 없다. 그의 약점이 그의 업적을 무효화해서는 안된다.” 교단 목사들에 대한 허물 들추기가 끝도 없이 이어질 모양이다. 언제까지 이럴 것인지, 답답해서 엮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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