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안녕하지 못한 일이 많았지만 자신보다 남을 생각하며 사랑을 전한 이웃이 있었기에 세상은 따뜻했다.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계명을 좇는 그리스도인들, 어려운 이웃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야말로 강도 만난 사람의 진정한 이웃이었다.

사회 곳곳에는 훈훈한 감동을 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았다.

방화범 용서한 김해성 목사
국내 거주 외국인 선교에 앞장서 온 김해성 목사(지구촌사랑나눔)는 20년 넘는 사역의 열매를 한줌의 재로 만든 방화범을 용서했다. 김 목사의 진정한 용서와 포용은 이 시대 진정한 사마리아인이 누구인지를 생각해 보게 했다. 
김해성 목사는 1992년 중국동포선교 사역을 시작하며 어렵게 급식소를 차렸다. 급식소는 중국동포들에게는 삶의 터전이었고, 김 목사에는 자식 같은 사역의 열매였다. 그러던 중 급식을 받아오던 중국동포 한 명이 급식소에 불을 질렀다. 2억여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고, 인명피해도 있었다. 급식소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많은 사람이 집을 잃었다. 

처음 방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김 목사도 분노와 증오가 가득 차 올랐다. 한달음에 방화범이 있다는 병원을 찾아가 얼굴 보기를 청했지만 중환자실에 있는 범인을 만날 수 없었다. 김 목사는 “삼일째에 병원을 찾아갔는데 내가 섬겨야 할 대상이 나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화를 내고 적대감을 갖게 된 것을 보면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것을 깨닫자 분노가 눈 녹듯이 사라지고 긍휼한 마음이 가득해졌다. 김 목사는 눈물로 회개하며 방화범 김씨가 살아나길 기도했다고 한다. 방화범 김씨는 결국 사망했지만 김 목사는 유족들을 대신해 병원비와 장례비를 내고, 장례 절차와 화장 비용까지 지원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할아버지가 혼자 키우고 있는 김씨의 자녀들도 입양하기로 했다.

‘아픔’도 행복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김병년 목사(다드림장로교회)는 8년 전 셋째를 낳고 쓰러진 아내와 세 아이를 돌보며 목회하고 있다. 그는 ‘뇌병변 1급’으로 눈꺼풀만 살짝 움직일 수 있는 아내의 병수발과 자녀 양육, 살림, 목회를 병행하면서도 행복을 이야기한다.
2011년부터 시작한 페이스북을 통해 일상, 신앙, 이웃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1만여 명의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고통 속에서도 충분히 누릴 기쁨이 있음을 가르쳐 주고 있다. 사춘기에 접어든 딸, 큰아들과 치르는 사소한 전쟁, 엄마 품에 안겨보지도 못한 막내딸에 대한 애틋한 마음, 교회 성도·이웃과 지내며 얻은 작은 성찰들은 그의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웃음과 울음을 동시에 안겨준다. 최근에는 그의 페이스북 글 모음집인 ‘아빠, 우린 왜 이렇게 행복하지?(포이에마)’가 출간되어 더 많은 이들에게 신앙의 본질과 참 행복의 길을 가르쳐주고 있다.

목숨도 아낌없이 나누는 용감한 사랑
위험을 무릎쓰고 다른 사람들을 도운 용감한 이웃들의 이야기도 훈훈하다. 윤봉규 집배원은 지난 4월 새벽에 경기도의 편의점에 들렀다가 강도 현장을 목격했다.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위협하고 돈을 빼앗아 강도가 달아나자 윤 씨가 뒤쫓아가 몸싸움 끝에 강도를 붙잡았다. 이때 강도가 머리를 땅에 부딪혀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윤봉규 씨도 이때 목 디스크를 얻어 휴직하고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이후 강도 피의자가 지적장애인으로 홀어머니와 살고 있었음이 밝혀지자 윤봉규 씨는 피의자의 어머니에게 치료비로 써 달라며 자신이 받은 포상금을 전달했다.

지난 8월 해남소방서 완도 119안전센터 소속이던 김성욱(50세) 소방관은 휴가철에 휴일도 반납하고 쉼 없이 일하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영영 깨어나지 못했다. 경남 김해시에서 한여름에 두꺼운 소방복을 입고 5시간 넘게 화재진압 작업을 하던 김윤섭 소방관(33세)은 과로와 복사열에 탈진해 사망하기도 했다
한국구세군의 자선냄비에는 올해도 특별한 나눔의 손길이 찾아왔다. 2006년부터 8년간 모아온 헌혈 증서를 남몰래 기증한 기부천사다. 한 달에 2~3회 헌혈하여 총 8년간 100개의 헌혈 증서를 모은 것이다. 생명을 나눈다는 의미에서 헌혈증을 기부했을 수도 있지만, 내어 줄 것이 없어 오랫동안 헌혈로 모은 증서로 나눔에 동참했을지도 모를 누군가의 마음이 따뜻하게 전해져 온다.

성결인 김광자 권사, 치매가족 섬겨
성결인 김광자 권사(성락교회)도 치매가족들을 위한 오랜 봉사활동을 펼치며 좋은 이웃이 되어주고 있다. 김광자 권사는 2007년부터 성동구치매지원센터의 치매가족 자조모임인 ‘은빛나눔가족교실’에서 총 105회 377시간 동안 봉사하며 치매가족을 위한 말벗, 식사지원 등 봉사활동에 헌신한 공을 인정받아 성동구청 봉사상을 수상했다.
이기주의, 개인주의가 만연한 세상이라고들 하지만 아직도 남을 위해 자신을 모든 것을 내어주는 진정한 우리의 이웃들의 이야기는 나는 누구의 진정한 이웃인가를 질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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