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을 밝히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한국교회의 유명한 목사님이 말년에 치매를 앓으셨다.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존경을 받으셨던 큰 인격이셨음에도 많은 나이는 어쩔 수 없으셨던 모양이다. 그분을 존경하며 사랑했던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그분의 발병을 감추며 치매환자로서의 말과 행동거지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도록 세밀한 주의를 기울였다. 치매증상이 그분의 인격에 흠집을 내는 일을 막기 위해서….

▨… 치매는 질병이다. 이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말과 행동을 그가 병에 걸리기 전에 보여주었던 인격과 결부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난센스다. 그럼에도 이 유명한, 인격적으로 존경받던 목사님의 치매일화는 아니땐 굴뚝의 연기처럼 솔솔 퍼져나갔다. 그를 뛰어넘기는커녕 그만 한 인격을 꿈꿀 수도 없었던 못난이들의 시샘이 불을 지폈던 것이다.

▨… 뇌수술 후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를 7년 동안 간호해온 효심 지극한 어느 아들도 끝내는 어머니를 요양원에 입원시켰다. “집에 돌아와 어머니의 빈 침대를 보니 비로소 그분과 떨어져 있다는 것이 실감났다. 칠 년 동안을 늘 붙어 지냈던 우리 모자인데 나 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는 분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도 되는구나. 미안해요. 엄마. 근데 나 잘한 걸까요?”(황교진·어머니는 소풍중)

▨… 용감한(?) 목회자들은 요즘, 잘 살기 위해 기도하기보다 잘 죽기 위해 기도하라고 가르친다. 치매나 식물인간, 중증의 중풍에는 걸리지 않도록 기도하라고 엄포를 놓는다. 질병 때문에 인격이 무너져 내리고 가족을 떠나야 하는 비극적 상황이 일상사처럼 벌어지기에 경고음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목회자라고 해서 다를까?

▨… 성결원이 유료양로시설로 정관을 개정할 것이라고 한다. 이왕에 정관을 개정할 것이라면, 인격조차 무너져 내리는 질병 때문에 고통당하는 은퇴 목회자들이 그 보이고 싶지 않은 상처를 안온하게 지킬 수 있는 시설로 만들수는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 돈 있는 사람들이 찾는 유료양로시설이 아니라 돈 없는 은퇴 목회자들을 위한 양로시설화는 아직도 요원한 꿈이기만 한가를 묻고 싶은 것이다. 제 앞가림도 못하는 교단의 모습이 조금은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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