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도자가 가로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사람이 해 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자기에게 무엇이 유익한고”(전도서 1:2~3) 다시 한 해가 저문다. 세모에 서면 뉘라서 자신의 가슴 속을 흐르는 탄식소리에 귀를 막을 수 있을까. 모든 수고가 아무런 열매도 맺지 못한 채 속절없이 또 한 해가 흘렀다는 안타까움이 세월과 함께 지금 절망감으로 변해감을 뉘라서 막을 수 있을까.

▨… 주인이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를 찍어버리라 명령할 때 과원지기는 대답했다. “주인이여 금년에도 그대로 두소서 내가 두루 파고 거름을 주리니 이 후에 만일 실과가 열면이어니와 그렇지 않으면 찍어버리소서.”(눅13:9) ‘금년에도’가 도대체 몇 번이나 되풀이되고 있는 것일까. 그 사실을 감출 수 없기에 안타까움은 이제는 절망감으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 설상가상, 우리의 절망감이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라는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과원이 도무지 열매를 맺지 못하게끔 척박해지고 있다는데에 있다. 많은 과원지기들이 성령의 바람을 불러 일으키겠다고 고랑을 파헤치고 이미 죽어버린 나무는 베어버려야 한다고 톱질을 해대지만, 소리는 요란하나 과원에 물은 흐르지 않고 과원 자체는 황폐해져 가고만 있는 것이다.

▨… 정치인의 행위는(교단 정치인도 마찬가지 아닐까) 어떤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정치인은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나쁜 지도자는 결과에 대한 책임만으로 자신의 의무를 다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좋은 지도자는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자신의 책임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베버(M.Weber)는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좋은 정치인의 필수적 조건을 못박았었다.

▨… 세모에 서서 많은 목사들은, 장로들은 교단이 이런 모습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란 자괴감에 빠져 있다. 그 자괴감의 기저에는 우리가 존경해왔던 교단 지도자들의 행태에 대한 배신감이 고슴도치처럼 웅크리고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있다고는 하더라도 성령을 입에 달고있는 분들에게서부터 맞아야 하는 배신감의 상처는 더 아리고 더 쓰리다. 2012년이 달력 저편으로 사라지듯 교단의 혼란도 역사 저편으로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세모에 서 있는 이가 어디 한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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