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화재 딛고 일어서는 목포 제일베다니교회

전도대 활동 준비하던 주일 오후
1층에서 치솟은 불길 순식간 번져
성전 거의 타고 차량 3대까지 피해
40일 특새 멈추지 않고 텐트서 진행
80일간 이은경 목사 등 ‘피눈물 기도’
지방회 교회 도움 더해져 피해 복구
지금은 악몽 전으로 완벽히 돌아와
“멀어졌던 성도들 다시 출석하기도”

순식간이었다. 평소 주일이면 성도들의 목소리로 왁자지껄하던 식당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지난해 10월 8일 주일 오후 1시 30분경 전남 목포시 산정동에 자리 잡은 제일베다니교회(이은경 목사) 1층 식당에 전기 합선으로 불길이 순식간에 번지기 시작했다. 당시 성도들은 2층 본당으로 올라가 한창 찬양을 부르며 오후예배를 준비하던 상황이었다. 

처음으로 이상을 감지한 건 1층 담임목사실에서 있던 이은경 목사였다. 연기와 함께 타는 냄새가 나면서 화재 발생을 인지한 이 목사가 119에 신고한 뒤, 다급히 남편 남정일 장로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이 목사의 연락을 받은 남 장로는 가장 먼저 성도들을 대피시켰다. 매캐한 연기와 강해지는 불길에도 몇몇 성도들과 남 장로가 소화기로 불을 끄는 사이 이 목사도 가까스로 식당에서 빠져 나왔다. 불과 10분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식당 전체는 물론, 교회에 주차된 차량 9대 중 3대가 전소돼 총 3억여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2층 본당도 그을음으로 뒤덮여 대부분 재사용이 불가능했다. 장의자와 일부 음향기기를 제외하곤 사실상 인테리어도 새롭게 해야 했다. 다행히 천만다행으로 이 목사를 비롯해 남 장로와 성도들의 발 빠른 대처로 교회 주변으로도 화재가 번지지도 않았고, 인명피해 역시 발생하지 않았다. 

전국 각지 도움으로 2개월여 만에 교회 복구
하지만 이 목사는 황망함을 감출 수 없었다. 너무나 갑작스러웠던 화재임에도 누구 하나 다치지 않아 하나님께 감사의 고백이 절로 나오면서도 몸과 마음을 갉아먹는 사건, 사고가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가운데 미처 추스를 새도 없이 직면하게 된 연이은 시험에 지쳐만 갔던 것이다. 지난해 4월 교회 개척 멤버였던 가정이 교회를 떠나는가 하면, 8월 4일부터 성도 8명과 40일 기도를 위해 유달산에 오르내리다가 5일째 되던 날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발목이 골절돼 두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해야만 했다. 두 달 동안 회복에 전념하면서도 기도의 제단을 쌓으며 9월 23일 퇴원했지만, 거동이 불편해 성도들이 휠체어를 들어주지 않고서는 설교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12명의 전도대를 구성해 오후예배가 끝난 후 동네 주민들을 만나 전도에 나설 계획으로 설렜던 10월 8일 주일에 교회 식당과 주차장에 있던 차량을 게걸스럽게 먹어버린 화마까지 덮친 것이다. 이 목사는 ‘이제 목회를 그만두어야 하나?’ 낙담한 마음을 좀처럼 달랠 길을 찾지 못했다.

광야의 로뎀나무 아래서 지쳐 쓰러져있던 엘리야 선지자처럼 낙심했던 그를 일으켜 세운 건 제일베다니교회가 당한 고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잠잠히 기도하는 가운데 불평하지 않고 오히려 감사의 고백을 드리며 교회 복구에 나선 성도들이었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40일 기도는 총 세 차례 이어져 12월 1일까지 화재 피해를 본 순간이나 복구하는 과정에서도 쉬지 않고 계속됐다. 성도들은 퇴근하고 나면 2층 본당에 텐트를 치고 기도하고 때로는 화마가 훑고 간 교회 1층 식당에서도 기도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10월 21일 교회 근처 20평 월세를 얻어 임시 처소 예배를 드리면서도 불평과 불만보다는 감사의 고백이 넘쳐났다. 

제일베다니교회 성도들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을 복구 비용도 상락교회(김운태 목사), 유동교회(강은택 목사) 등 전남중앙지방회 소속 교회와 목포 개인택시선교회, 문준경전도사순교기념관, 여교역자회전국연합회 등 전국 각지에서 전해져온 도움의 손길과 화재보험 보상금으로 기적적으로 해결해가고 있다. 

기적의 하나님만 의지
기자가 목포를 찾은 지난 12월 27일 제일베다니교회에서 화재의 흔적은 교회 벽면에 아직 제거되지 못한 그을음 몇 부분을 제외하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화마가 휩쓸고 간 후 80일 동안 이은경 목사와 성도들이 복구를 위해 얼마나 땀과 눈물을 흘렸을지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이날 릴레이 금식 중이던 이 목사는 휠체어 없이도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발목 부상에서 회복한 상태였다. 이 목사는 “이 지역의 집들은 따닥따닥 붙어있다. 자칫 잘못하면 온 동네로 화재가 번질 수 있었는데 오히려 주일에 오후예배를 앞두고 불이 난 게 다행이었다”며 “교회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빨리 복구가 어렵지 않나. 그런데 두 달 안에 이렇게 복구가 된 게 불가능한 일인데 우리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솔직하게 말해서 하나님이 다 하셨다”고 했다. 

남정일 장로도 “처음에 건축할 때 업체에서는 비용 절감 때문인지 판넬로 설계를 해왔는데 적벽돌로 바꿔서 교회를 지었다”며 “그러지 않았으면 2층 본당과 교회 주변으로도 불이 번져 피해는 더 커졌을 것”이라며 하나님께 감사의 고백을 올렸다.

이 목사는 복구 과정에서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해준 성도들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행여 다칠 위험도 있으니 성도들에게 공사 현장에 오지 말라고 아무리 당부해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교회를 지키며 옥상과 본당, 화재가 발생한 식당에서 기도의 제단을 쌓는 성도들이 있는가 하면, 일하는 와중에도 수시로 공사 진행 상황을 살피는 성도나 자신의 차가 불에 탔는데도 교회 복구가 먼저라며 오히려 이 목사를 위로해주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동체와 멀어졌던 성도 중에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다시금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화재가 제일베다니교회 공동체 구성원들을 단단하게 뭉치게 해주는 한편, 더욱더 기도에 힘쓰면서 하나님께 집중하는 계기가 됐던 셈이다.

기도의 불길로 담금질하는 2024년
몇 주를 제외하곤 매주 토요일 목포역 노숙인 식사를 섬겨왔다. 한 달에 두 번씩 소망장애인복지원을 방문해 예배를 드리고 점심 식사 봉사도 감당하고 있다. 대형교회는 아니지만 매년 두 차례 캄보디아와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 해외 선교도 꾸준히 나가고 있다. 주위에서 ‘여자 목사’라며 불신의 눈길을 보내거나 ‘거지’들을 데려와 밥을 먹인다며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런 제일베다니교회의 사역을 눈여겨보던 지역의 다른 교회에 출석 중인 한 성도는 화재 피해 복구에 보태라며 500만원 상당의 대형 솥을 기증하고 손수 설치해주는 일도 있었다.

이 목사의 어머니는 순교자 문준경 전도사의 조카라고 한다. 이 목사가 어렸을 적 어머니에게서 들어왔던 ‘문 전도부인’이 문준경 전도사였다는 사실을 나중에 커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또 크리스찬치유상담대학원대학교 초대 총장을 지낸 정태기 박사는 이 목사의 외삼촌이다. 이 목사에 이어 목회의 길을 걷고 있는 아들 남광희 목사도 현재 군산중동교회(서종표 목사)에서 부교역자로 사역 중이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화재가 26년 목회 여정 가운데서도 손에 꼽을 만한 고난이었다고 고백하는 이은경 목사. 남다른 마음으로 2024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성결인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목사는 “하나님은 기적의 하나님, 능력의 하나님이시라고 믿는다. 못하시는 일이 없는 하나님은 기도를 통해 그 일들을 이루어 가신다”며 “모든 성결인들의 사역 가운데 하나님이 살아계시는 증거가 나타나길 소망한다. 모든 성결인들이 기도에 힘써서 기도의 제단에 불이 활활 타오르는 2024년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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