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서라는 이름의 사람이 있었다. 어릴 때 멀리 떨어진 마을의 여자와 약혼하였다. 혼인 날을 받아 놓았는데 그의 약혼녀가 흉한 병을 얻어서 두 눈이 멀어버렸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그의 큰 형이 다른 혼처를 구하고자 하였다. 그러자 어린 박서가 말했다. “눈이 멀은 것은 운명이지 그것이 죄가 될 수는 없습니다. 앞을 못보는 부인과는 같이 살 수 있지만 신의를 저버리면 사람은 구실을 못하게 됩니다.”

▨… 모든 목사들은 안수를 받음으로써만 목사라는 칭호를 얻는다. 안수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그리스도의 제자(사도)가 되었다는 표징이고 이제로부터의 나의 삶은 내 안의 그리스도가 사는 삶을 살겠다는 서약이다. 교회가 제도화(institu tionalize) 되어짐에 따라 목사에게도 전문직업의식(professionalism)이 요청되는 시대가 되었지만 안수의 의미와 정신은 결단코 퇴색되어질 수 없음을 모르는 목사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 근대 한국역사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스코필드 박사는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다. “한국인은 자기 아내가 죽은 것보다도 체면이 손상되는 것을 더 두렵게 생각하는 민족이다.” 스코필드의 이런 지적의 적확성은 시비의 여지가 있겠지만,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가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어 온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송윤기 전 총무와 우순태 현 총무를 조사하고 총회본부 재정비리 실태를 조사하는 7인전권위원회가 구성되었다. 목사 4인, 장로 3인의 전권위원은 모두 안수를 받은 교단의 중진들이다. 누구는 누구의 사람이라는 뒷말도 떠도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의 신의와 안수받은 자로서의 도리를 지금까지 지켜왔고 또 지켜나갈 것이라고 믿고 싶다. ‘성결’이란 이름의 체면 때문에라도 교단을 바로 세우는 계기를 삼아야 하지 않겠는가.

▨…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그 진정과 허위를 살피면 사실이 숨겨질 수 없다”고 하며 허명(虛明)이라는 말을 썼다. 그것은 물욕도, 사심도, 선입관념도 없는 텅 빈 마음의 밝음을 의미하고 그 마음의 밝음 앞에서는 사실이 숨겨지는 일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7인전권위원이 허명을 모르지는 않을테니 문제를 확실하게 밝히고 해결할 것이라고 모든 성결인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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