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목회 헌신 … 전도사로 홍성 시골교회 부임
사례비 못 받아도 선교비 대신 성도 농산물 구매 요청

본교회 전도팀과의 협력
2017년 9월, 전도사 4년 차에 충남 홍성에 있는 다선교회에 담임 전도사로 부임했다. 당시 성도는 열일곱 분 계셨다. 나는 부임하자마자 가을 심방을 했다. 10가정의 심방을 마치고 주일 오전 예배 시간에 이렇게 설교했다.

“지금 우리 교회는 여러분들이 9년 전에 임시로 지은 건물입니다. 이 땅 역시 우리 교회 소유의 땅이 아니라 임시로 빌린 땅입니다. 내년부터 교회 건축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교회 건축을 위해 함께 기도하시고, 올해 남은 석 달 동안 전도를 해서 이 자리를 가득 채웁시다!”

본격적인 전도가 시작되었다. 서울 본교회 전도팀이 동참해 주었다. 본교회 전도팀은 30대부터 60대까지 여전도회원으로 주로 부침개를 나눠드리거나 어르신들 파마와 커트를 해드리며 복음을 전했다. 친절한 미소와 맛있는 음식 그리고 미용 서비스는 언제나 인기 만점이었다. 서울 본교회 전도팀과 함께 전도할 것을 생각하니 천군만마를 얻은 듯 든든하고 힘이 났다.

우리 교회 주위에는 5개의 마을이 있다. 그중에 수란리 마을을 중심으로 전도를 시작했다. 본교회 전도팀과 함께 맛있는 부침개를 만들어 가가호호를 방문했다. 수란리 마을 분들 모두 매우 즐거워하셨다.

본교회 전도팀이 다녀간 후로 수란리 마을에서는 ‘다선교회에는 예쁜 새댁들이 많이 다니는데, 부침개도 주고, 예쁘게 파마도 해준다.’는 소문이 자자하게 퍼졌다.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분들까지 교회에 가려면 다선교회에 가라고 말씀하실 정도였다.

본교회 전도팀과의 협력 전도는 일 년에 한두 차례 진행되었는데 회를 거듭할 때마다 복음이 널리 퍼지며 믿지 않는 분들의 마음속에까지 ‘다선교회는 좋은 교회’라는 이미지가 심어졌다. 이웃 마을에 계시는 분들로부터 홍성 읍내에 사시는 분들까지 한 분씩 교회에 등록하기 시작했다.

본교회 전도팀과의 협력과 선한 영향력은 다선 교회의 목회 방향에 큰 그림이 되었다. 도시 교회와 시골교회가 한마음으로 협력한다면 30배, 60배, 100배의 결실을 얻게 되리라는 확신이 생겼다. 

선교비 대신 농산물 구매
우리 교회 성도님들은 농사를 짓고, 농작물을 판매하여 수입을 얻으신다. 판로가 없어 농작물을 그대로 보관하거나 불리한 판매 계약으로 헐값에 농작물을 넘기시면 생활이 매우 힘들어지신다. 성도님의 가정이 힘들어지면 교회도 힘들어진다. 당연한 일이다. 우리 교회는 본교회와의 협력으로 해결의 기회를 마련했다. 

김 집사님 댁으로 심방을 갔는데 집사님께서 “전도사님! 혹시 블루베리 좋아하세요?”라고 물으셨다. 작년에 농사를 지었는데 다 팔지 못해서 냉동고에 보관한 것이라며 500g 플라스틱 통에 담긴 블루베리 두 통을 주셨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그런데 왜 다 못 파셨습니까?”라고 묻자 팔 곳이 없어서 먹고 남은 것을 냉동고에 보관하였다고 하셨다.

나는 목회하기 전 사업을 했기 때문에 블루베리를 파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집사님! 올해 농사를 지으면 제가 다 팔아드리겠습니다.” 약속했다. 그리고 농약은 절대 치지 말고 전적으로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으시라고 부탁했다.

블루베리 수확할 때가 되자 본교회 박 전도사님과 연락하고 전도팀 방문 일정을 블루베리 수확 때와 맞추었다. 그리고 전도 일정을 모두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시기 전에 전도 팀원 전체를 모시고 블루베리밭으로 갔다. 

“여기 있는 블루베리는 전부 유기농으로 지었습니다, 그러니 잡수고 싶은 만큼 밭에서 마음껏 따 드시고 담는 통을 한 사람에 두 개씩 드릴 테니 가득 담아서 집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전도사님! 공짜입니까?” 

전도팀 리더 홍정자 권사님께서 물으셨다. 한바탕 웃음이 쏟아졌다. 

“예! 당연히 공짜입니다. 여러분들이 시간을 내셔서 이곳까지 오셔서 전도하신다고 수고하셨으니 여기서 많이 따 드시고 집으로도 가져가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며칠 뒤 서울로 올라간 전도팀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도사님, 블루베리가 너무 맛있어서 주변에 나눠주었더니 난리가 났어요. 30통 구입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그렇게 시작된 본교회와의 교제가 우리 교회 성도님들의 무거운 숙제와도 같은 감자, 고구마, 블루베리, 방울토마토, 완두콩 등 농산물을 팔 기회가 되었다. 본교회 전도팀 리더 홍정자 권사님을 통해 창고와 냉장고에 쌓인 농산물들을 해결하게 되자 교회 출석이 뜸하셨던 분들의 출석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사실 나는 이곳에 부임한 후, 그 어떤 곳에서도 선교비를 받지 않았다. 선교비를 주시겠다고 하는 분들에게 우리 교회에 선교비를 보내주시는 대신 우리 교회 성도님들이 지은 좋은 농산물을 구매해 주시는 것이 우리 교회 자립을 도와주는 길이라고 말씀을 드렸다.

도시 교회는 좋은 농산물을 생산지 가격에 구매해서 좋고, 시골교회는 팔지 못한 농산물을 대량으로 해결해서 좋다.

성도님들은 자신들이 지은 농산물을 팔아서 그 돈으로 교회에 헌금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시골교회는 굳이 선교비를 받지 않고도 자립할 수 있다. 우리 성도님들과 서울의 본교회와의 교제는 내가 부임한 후 4년째 이어오고 있다. 

부임 4개월만에 성전 건축 기공 예배 
부임한 지 4개월이 지난 2018년 1월 28일 주일 오후에 예배당 건축 기공 예배를 드렸다.

우리 교회는 2008년 11월 16일에 개척된 교회이다. 당시 재정 형편상 곧바로 교회를 짓지 못하고 마을 중심에 있는 정미소의 한 공간을 빌려 약 20여 평 조립식으로 교회를 세웠다.

정미소 집사님 부부의 섬김과 몇 분 되지 않는 개척 성도님들의 헌신이 있었다. 그러나 조립식으로 지은 건물이 9년이 되다 보니 여름에는 비가 새고 겨울에는 추웠다. 특히, 겨울이 되면 외부의 화장실이 꽁꽁 얼어 사용할 수가 없었다. 전도를 통해 새로 등록한 성도들에게 여간 미안한 일이 아니었다.

어떤 때는 화장실이 급해 예배 시간에 그냥 집으로 가는 성도들도 있었다. 장로님에게 겨울에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보강 시설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자 장로님께서 “전도사님! 이제 곧 예배당을 지어 이사 가면 되지요” 허허 웃으셨다.

교회 건축을 위해 마련한 400평 부지에 50평 예배당 건축이 시작되었다. 건축비를 아끼기 위하여 많은 부분 직접 공사를 했다, 그리고 나는 4월에 목사 안수를 받았고, 6월에는 건축을 마치고 입당 예배 및 목사 취임 예배를 드렸다.

내가 이곳에 부임했을 때 교회에서는 사택을 마련해 줄 형편이 되지 못해 홍성 읍내에 월세로 살고 있었는데 예배당 건축 후, 사택도 지었다.

홍성 읍내에서 청양으로 가는 큰길가에 교회가 세워졌기에 지나가다 보면 우리 교회가 보인다. 예배당을 건축하고 나니 전도하기도 쉬워졌다. 교회가 부흥하고 성도님들이 많아지자 12인승 승합차 한 대로는 운행이 어려워 올해는 9인승 승합차 한 대를 더 구매했다. 이 모든 것이 은혜, 하나님의 은혜이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나의 모 교회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경부중부교회다. 나는 모태신앙으로 53세에 목회신학대학원에 입학하기 전까지 군대 생활 2년과 대학 3.4학년 때를 빼고는 고향 교회를 떠난 적이 없다. 어릴 때부터 학생부 회장과 청년부 회장, 그리고 결혼해서는 남전도회 회장을 했다. 그리고 약 20년이 넘도록 교회학교를 섬겼다. 

학생들에게 제대로 성경 말씀을 가르치기 위해 40세에 대구신학교에 입학했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14년간 안수집사로 섬기며 학생들에게 창세기부터 차례대로 가르쳐주었다. 그렇게 교회를 섬기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 말씀을 제대로 가르쳐서 제대로 알게 하자’는 원칙이 목회의 기본이 되었다. 나는 매주 성경을 차례대로 강해한다. 이번 주일이 창세기 1장이면 다음 주일은 2장이 설교 본문이다. 그러면서 성도님들에게 우리 교회를 소개할 때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차례대로 가르치는 교회’라고 소개하시라고 했다. 그렇게 5년 차가 된 지금 우리 교회는 17명에서 시작하여 약 50명이 예배를 드린다. 

성도님들의 전도를 받아 우리 교회에 등록하는 많은 분이 공통으로 “목사님! 설교가 참 쉬워유”라고 하신다. 그리고 지금까지 등록한 분 중에 이사 가신 분 외에는 90% 이상이 정착하였다. 그 이유는 성경 말씀을 재미있게 가르쳐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혼자 성경을 읽을 때는 무슨 말인지 잘 몰랐는데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성경을 배우고 나니 도통 이해가 되지 않던 성경 내용이 깨달아지더라는 것이다. 우리 교회가 부흥하게 된 이유는 바로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차례대로 성경 말씀을 가르치고 배우기 때문이다.

세 가지 꿈
나에게는 꿈이 있다. 첫째는 우리 교회 성도님들이 지은 친환경 농산물을 소비해 줄 수 있는 교회를 찾아 협력하는 일이다. 이렇게 되면 도시 교회와 시골교회가 서로 동역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될 것이다. 성도님들이 지은 농산물을 해결하는 것은 우리 교회만의 고민이 아니라 시골교회 목회자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일이다.

시골교회의 자립을 위해 매월 고정적으로 보내 주는 선교비보다 감자 한 상자, 고구마 한 상자를 구매해 주는 것이 자립을 돕는 길이다. 이것이 해결되면 지금은 말레이시아와 네팔 그리고 캄보디아에 있는 현지인 신학생 3명을 섬기고 있지만, 더 많은 신학생을 섬길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내가 성도님들에게 성경을 이야기 방식으로 가르치듯이, 나에게 듣고 배운 성도님들이 도시에 사는 손자들이 한 번씩 내려왔을 때, 그들에게 성경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도록 성도님들을 ‘성경 이야기꾼’으로 훈련하는 일이다. 마치 어릴 때 할머니가 옛날이야기를 손자에게 들려주는 것처럼 ‘가인과 아벨, 에서와 야곱, 다윗과 골리앗’ 등 성경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하여 나는 성경을 되도록 쉽게 가르치려고 노력한다. 더욱이 교회 전체 성도님들의 연령이 평균 70에 가깝다 보니 성경의 이야기를 외워서 손자들에게 들려주기보다는 성경 이야기가 몸에 배도록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성경을 쉽게 머리에 쏙쏙 기억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매년 추석과 설날에 각각 100개의 선물 세트를 나누어 드리며 섬기는 일이다. 나는 부임한 이후 추석과 설날에는 선물을 구매하여 성도님들의 가정과 동네 전도 대상자들을 섬겼다.

처음 시작할 때는 우리 성도님들이 10가정밖에 되지 않아서 10개를 나누며 섬겼으나 5년 차 올해 설날에는 40개를 나누었다. 교회 재정으로 선물을 구매해 성도님들에게 나누는 것이 아니라 목회자 사비로 선물하는 것이라 성도님들이 받으시기를 부담스러워하셨다.

그래도 꾸준하게 일 년에 두 번씩 성도님들을 섬기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벌써 5년 차다. 올해는 40가정을 섬겼지만 우리 교회가 부흥하는 5년 후에는 추석과 설날에 각각 100가정을 섬기기를 기대한다. 이 모든 꿈을 이루실 하나님의 역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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