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 2000년의 역사를 헤집어 보면 교회를 위해 묵묵히 순교의 길을 걸어간 신앙인들의 수가 밤하늘의 별만큼 많다. 그런가 하면 교회를 핍박하고 침 뱉기를 서슴지 않은 반기독자의 수도 또한 적지 않다. 그러나 그중에는 교회의 축재, 권력지향근성, 귀족화성향 등을 비판하다가 반교회적 인물로 낙인찍힌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는 누구보다도 그리스도를 사랑했음에도…

▨… 1975년 볼테르(Voltaire1694-1778)는 가톨릭 교회의 엄격한 지배하에 있었던 프랑스의 툴루즈 시에서 한 프로테스탄트 교인이 가톨릭으로 개종하려는 아들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심한 고문을 당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일로 볼테르는 가능한 방법 모두를 동원해서 가톨릭 교회와 지도부를 향해 격렬하게 저항하고 싸웠다. 그는 그 당시의 교회와 사제들을 ‘파렴치한들’이라고까지 극언하며 타도하라고 외쳤었다.

▨… 후세의 철학자, 신학자들은 볼테르를 이신론(Deism)자로 규정하지만 그는 숨을 거두기 직전, 유서를 이렇게 남겼다. “나는 신께 기도하며 벗들을 사랑하며 적들을 미워하지 않고 미신을 혐오하면서 죽음을 맞습니다.” 이런 그의 신앙을 인정한 것은 아이러니칼하게도 도스토예프스키였다. “그가 훨씬 더 그리스도의 아들다웠습니다. 당신네 사제들, 주교들, 대주교보다 훨씬… 이것은 어린아이들도 알고 있답니다.”(도스토예프스키, ‘작가의 일기’) 누군가는 뜨끔 하지 않을까?

▨… 교회는, 그리스도에 의해 선포된 하나님의 나라를 실현하기 위해서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백성들의 모임이다. 동시에 교회는 이 일을 감당해가는 하나의 기관(institute)이다. 따라서 역사 속의 보이는 교회는 많은 약점과 결함을 가지고 있다. 땅 위의 교회는 어디까지나 죄인들의 기관인 것이다. 이 사실 앞에서 교권을 허락받은 이들은 그들을 비판하는 자들보다 더 겸손해져야 한다.

▨… 교회가, 교단이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도구로 더 바람직하게 사용되려면 그 부조리를, 모순을 가차없이 고발하는 파숫꾼들이 지금보다 ‘7배’나 더 필요하다. 사리사욕 때문에 ‘비판’이라는 이름을 이용하는 무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안정과 출세와 명예를 포기하고 교권에 저항하며 비판하는 이들이 필요하다. 오호, 애재라. 이 십자가의 길은 누가 가려 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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